로마 시대 최고의 욕… “저 인간은 읽지도 못하고 00도 못해”
로마 시대 최고의 욕… “저 인간은 읽지도 못하고 00도 못해”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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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곳까지 도달한 사람이 달 탐사에 나섰던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라면, 가장 깊은 곳까지 가본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 잠수부 허버트 니치이다. 그는 2012년 프리다이빙으로 수심 253m까지 하강했다. 공기통을 매고 물에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빙과는 달리 프리다이빙은 숨을 참을 수 있을 만큼만 잠수해 있다 올라온다. 이때 당시 수압은 약 360psi였는데, 이는 자동차 공기압이 최대일 때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고 한다. 모노핀, 웨이트와 같은 수영 장비가 있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도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인간 신체의 친수성(親水性)에 있다. 인간의 먼 조상이 어류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3억7500만 년 전 데생기에 살았던 티니라우의 뼈를 살펴보면 인간의 팔의 상완골과 다리의 대퇴골에 해당하는 뼈가 그에 맞는 위치에 있었다. 비록 티니라우는 뭍에서 활동하지는 못한 동물이었지만, 그의 존재는 사지동물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고기로부터 받은 수영 유전자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몸에 전해지고 있다.

생후 6개월 미만 유아는 물속에 들어가면 호흡기관을 저절로 닫아 헤엄을 배우는 데 문제가 없다. 우리 몸은 섭씨 32도의 물에 몸을 담그면 심박이 평균 15% 느려진다. 이보다 더 낮아지면 심폐 기능의 효율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온도는 수영 선수들이 선호하는 온도인 27~28도 정도이다. 심지어 겨울철 수영이 관절염, 섬유근통, 천식 등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적극 권유하기도 한다.

책 『헤엄치는 인류』는 인류가 어떻게 수영문화를 이어왔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미국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 작가이자, 자칭 수영 마니아인 하워드 민즈. 그는 이 책에서 이집트 사막 동굴 벽화에서 시작해 고대와 중세를 거쳐 현대 수영 문화의 모습까지 수영과 관련된 사회 문화사를 돌아본다.

수영에 대한 최초 기록은 이집트 남서부에 위치한 와디수라 동굴에 그려진 벽화다. 약 8,000년 전 그려졌다. 현재 이곳은 미 항공우주국에서 화성 탐사 연습을 할 정도로 사막화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물이 있었던 지역으로 추정된다.

수영은 인류의 필수적인 능력이었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자는 인정받았고 그렇지 않은 자는 버려졌다. 잔혹하기로 유명한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는 죄인을 물에 던지는 형벌이 있었는데, 이때 던져진 사람은 수영만 하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벌의 취지는 강의 신이 생사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수영은 존중받는 활동이었다. 철학자 플라톤이 “쓸 줄 알고, 읽을 줄 알고, 수영할 줄 알아야 비로소 지식인”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로마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욕은 “저 인간은 읽지도 못하고 수영도 못해”였다. 이는 당시 수영이 다방면으로 필요한 생존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수영과 여성 인권의 관계도 흥미롭다. 로마 시대 남녀노소 알몸으로 수영하던 문화와 달리 중세 시대가 되면서 수영은 금기가 됐다. 특히 이때부터는 여성에게 수영은 크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마녀로 의심받으면 물속에 던져지고, 물에 뜨면 마녀라고 지목됐다. 영국에서는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수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현재의 비키니는 노출 논란과 사회의 탄압을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수영복의 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의 수영 문화와 기술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책에 따르면 요즘 스포츠계에서는 수영 선수의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실험 중이며, 수영 선수에게 어떤 수분 보충 음료가 효과적일지도 관심사이다. 수영은 단순히 물놀이가 아니라 인류가 어떤 사회적 분위기에 있었는지에 따라 취급이 달라졌다. 이색적인 관점으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한 번쯤 추천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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