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직업 1위는?
쓸모없는 직업 1위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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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직업을 영어로 불쉿 잡(Bullshit job)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쓸모없는 직업’쯤 된다. 미국 예일대와 영국 런던정경대학 등에서 교수로 일했던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불쉿 잡에 대해 “유급 고용직으로 그 업무가 너무나 철저하게 무의미하고 불필요하고 해로워서, 그 직업의 종사자조차도 그것이 존재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직업 형태"라며 “종사자는 그런 직업이 아닌 척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쓸모없는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민음사에서 펴낸 『불쉿 잡』은 이런 점에서 꽤나 흥미롭다. 그레이버는 이 책에서 “간호사, 쓰레기 수거 요원, 정비공 같은 직종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그들이 만약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그 영향은 즉각적이고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며 “그런데 사모펀드 CEO나 광고 조사원, 보험 설계사, 텔레마케터, 집행관, 법률 컨설턴트 등이 몽땅 사라진다 해서 앞의 경우과 비슷하게 세상이 나빠질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그레이버에 따르면 지난 세기 동안 생산과 농업 부문에 고용된 노동자의 수는 대폭 줄었다. 반면 회계, 영업, 서비스업 노동자의 수는 크게 증가했다. 기계의 발달로 생산 직업의 큰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자동화로 노동 시간이 대폭 줄었지만, 여가를 추구할 시간은 생기지 않았다. 그는 “금융 서비스나 텔레마케팅처럼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거나, 기업 법률, 학술, 건강 관리, 인사관리, 홍보 같은 부문이 전례 없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불쉿 잡은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상사나 관리자를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복 입은 하인’, 타인을 공격하는 요소가 있으며 누군가가 채용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인 ‘깡패’,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업무만 하는 ‘임시 땜질꾼’, 실제 목표를 이루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서류를 양산하는 ‘형식적 서류 작성 직원’ 그리고 이런 불쉿 잡을 만들어 배분하는 중간 관리자 ‘작업반장’이다.

앞서 언급한 불쉿 잡은 왜 계속 증가할까. 그레이버는 그 원인을 ‘금융자본주의의 성장’에서 찾는다. 농업과 제조업 이후 4차 산업 부문으로 규정되는 금융, 보험, 부동산의 FIRE 영역에서 불쉿 잡이 급증하게 되는데, 각 영역에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불쉿 잡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불쉿 잡을 ‘일자리 창출’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해 자신의 실적으로 처리하는 정부의 불순한 정치적 역학도 작용한다.

‘자본주의에서 불필요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그레이버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봉건적 제도와 유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한다. 실제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들보다 경영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가져간다. 여기서 그레이버는 경제학자 케빈 카슨의 말을 인용, “최상층이 다른 모든 사람들의 몫을 강탈한다면 훔친 약탈물을 지키기 위해 경비 노동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불쉿 잡의 증가 이유를 밝힌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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