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모른다는 영화 대박… 『엔터 사이언스』에 힌트있다
신도 모른다는 영화 대박… 『엔터 사이언스』에 힌트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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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만나다니, 반갑네요. 우리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어요?”

배우 윤여정은 지난 4월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뒤 영화 <미나리>의 공동 제작사인 플랜B의 대표이자 유명 배우인 브래드 피트에게 장난 섞인 농담을 건넸다. 윤씨의 이런 수상 소감은 제작자인 피트에게 예산좀 넉넉히게 쓰면서 관심좀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비유 같은 것이었다.

사실 영화의 흥행 여부는 신의 영역이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은 엔터 분야에서 불문율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도 흥행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독립영화나 단편영화가 의외의 화제를 불러일으켜 관객몰이를 하기도 한다. 엔터 산업을 ‘서프라이즈 비즈니스’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나리>의 성공은 대중문화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 컬처파워 시대 엔터 경영·경제학의 규범과 원리를 상징한다. 사실 엔터 산업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얼마만큼 제작비를 쓸지, 어떻게 상품을 기획할지 늘 고민한다.

한울엠플러스가 최근 펴낸 ‘엔터테인먼트 사이언스 시리즈’는 영화, 음악, 출판, 게임, 공연 등 이른바 엔터산업에 대한 경험적·이론적·통계적 결과를 담은 학술서이다. 시리즈는 『엔터테인먼트 경영‧경제학』 『엔터테인먼트 상품 경영론』 『엔터테인먼트 통합 마케팅』 등 3권으로 짜여있다.

 토르스텐 헤니그-투라우 독일 뮌스터대 연구 의장과 마크 휴스턴 미 텍사스크리스천대 교수가 쓴 원서를 이청기 KBS 공영미디어 연구위원,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 조영인 한국문화예술연구소장, 조희영 중앙대 교수, 박정은 경희사이버대 교수,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이은혜 동국대 교수 등 7명의 학자들이 1년여의 번역 작업 끝에 완성했다.

책은 가장 현대적 관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학문적 성과를 결합해 다양한 장르의 엔터 상품의 성공법칙을 분석하고 도출한다. 동시에 기획-투자-배급-유통-이용 등 각 사슬 마다 적용가능한 이론과 법칙을 제시하는 실용서 성격도 있다.

엔터 상품의 본질은 ‘위험(risk)’이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 기업이라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위험은 상품 수준의 개념이 아니라 위험의 원인에 대응하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회사 수준에서 발생하는 개념”이라며 위험 개념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한다.

위험 자체가 상품에 본질적으로 속하는 개념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본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상품의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개발했으며 나름대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저자들은 2억 달러 이상 예산이 투입된 영화 중 상당 부분이 수익을 창출했다는 사례를 들어 엔터 상품과 관련된 기존 통념을 반박한다.

신상품이 곧 좋은 상품이 아니라는 저자들의 주장은 흥미롭다. 최근에 생산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상품의 유통 시기를 조절해본다면 먼 미래에 출시하는 게 더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개봉시기를 늦춰 성과를 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이 영화 대본은 1976년에 쓰여졌는데 1992년이 돼서야 빛을 봤다. 영화감독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작품이 당시의 배우나 할리우드에서 생소한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무려 15년 이상이나 기다렸다. 저자들은 “경영자의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시대정신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상품의 출시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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