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켄 로치의 영화를 해부하다 『비주류의 이의신청』
[책 속 명문장] 켄 로치의 영화를 해부하다 『비주류의 이의신청』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8.3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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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켄 로치에게는 영화가 곧 정치비판의 현장입니다. 처음부터 그는 ‘대다수가 모르는 현실’ ‘잘못 알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진실’에 드라마‧영화의 옷을 입혀 꾸준히 말을 걸어왔습니다. “진실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고 따라서 “진실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이니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보기 드문 지성인이에요. 그에게는 예술과 정치, 그리고 인생이 그냥 하나입니다. 그것들을 결코 따로따로 분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켄 로치 감독을 참된 지성인이자 예술인으로 사랑하는 이유입니다.<9~10쪽>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켄 로치 감독은 제게 매우 특별한 사람입니다. 사십여 년간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저는 언제나 그의 영화를 수업의 기본 교재이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고와 실천의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가령 2019년의 <미안해요, 리키>는 노동법, 2016년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사회보장법의 교과서였어요. 아니, 그가 만든 모든 작품이 그렇습니다.<17쪽>

켄이 여든이 되던 2016년에 찍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복지제도의 민영화와 관료화를 비판한 것입니다. 비인간적인 관룢이 시스템이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켄의 다른 작품과 달리 몹시 어둡습니다. 택배 노동자의 삶을 현실적으로 관찰한 2019년 작품 <미안해요, 리키>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의 <기생충>과 마지막 경합을 벌인 작품이기도 하지요. 두 영화 모두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계급의 신산한 삶을 다루고 있는데, 문제는 그 비극성이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329쪽>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켄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득 불균형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이 영화는 그 많은 사람 중 단 한 명의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켄은 이미 1966년의 <캐시 컴 홈>에서도 비인간적인 관료주의 시스템이라는 괴물을 고발한 적이 있는데, 그로부터 오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 괴물은 굳건하다는 점을 폭로한 것이지요. 아니, 그 괴물은 날이 갈수록 덩치를 불리고 있습니다. 문명화에 편승하여 날이 갈수록 세련된 방법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소외시키지요.<339~340쪽>

[정리=송석주 기자]

『비주류의 이의신청』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펴냄 | 36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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