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⑥] “건물도 나사 하나 잘못되면 무너지잖아요. 책도 똑같아요”… 도서출판 집
[출판사 탐방⑥] “건물도 나사 하나 잘못되면 무너지잖아요. 책도 똑같아요”… 도서출판 집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8.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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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취향이 제각각이듯 출판사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 실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독자의 삶에 편의를 제공하는가하면 문학을 통해 인간의 삶을 깊이 탐구하기도 합니다. 또 페미니즘의 기치 아래 성평등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출판사의 다채로운 이모저모. 그 매력을 집중탐구합니다.
도서출판 집 이상희 대표
도서출판 집 이상희 대표

요즘 한국 사회에서 집의 의미는 ‘홈(Home)’보다 ‘하우스(House)’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다운 집에서 일어난 가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보다는 그 집의 가격과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에 더 주목한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될 수 있기는 한 걸까’라는 불안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공간만 보면 암담한 현실만 돌아보게 되는 우리의 마음은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는 걸까. 집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출판사를 찾아 이이기를 듣다 보면 조금은 불안이 가라앉지 않을까 싶었다.

도서출판 집(대표 겸 편집자 이상희)은 건물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든다. 2013년 시작해 8년째 출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건축과 집에 관한 책을 출간할 것이라고 해서 멋들어진 회사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 종로구 경희궁 근처 작은 규모의 사무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제대로진집’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이 사무실에는 ‘제대로랩’의 정귀원 대표, 진효숙 건축사진작가, 이상희 도서출판 집 대표가 함께 일한다. 이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사무실 이름이 ‘제대로진집’이다.

이 대표는 출판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첫 직장은 건축 잡지사 ‘C3Korea’였다. 독어독문학 전공한 그는 건축학과 그다지 연고가 있지는 않았는데 당시 다녔던 편집 학원의 도움으로 잡지 기자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여성지 등 잡지 출판 유행이 불었던 것도 그가 잡지 기자로 진로를 트는 데 큰 몫을 했다. “건축이라고 하면 그냥 집 짓는 것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역사도 알아야 하고, 심리학도 알아야 하고 다른 모든 것들이 종합돼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 대표의 작업공간인 제대로진집

그는 멋모르고 들어간 건축 잡지사에서 한동안 고생을 했다. 특히 건축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름난 건축가들을 아는 것은 물론 건축 이론이나 시공 현장들의 언어들을 습득해야 했다. 건축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들은 좀체 귀에 익지 않았다. “처음에는 모르니까 배워야지 하면서 1년을 보내고, 그렇게 헤매면서 오기로 버텼어요”

이 대표에게 고민이 생긴 건 7년 차 직장 생활을 보내던 때였다.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제가 고인물이 된 듯한 느낌도 있었고, 건축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었어요. 건축가들의 생각이 궁금했어요. 일단 건축 책 만드는 출판사보다 여러 분야가 같이 있는 종합 출판사에 가서 다른 분야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싶었어요”

건축과 관련된 지식을 ‘그들만의 리그’로 남겨두지 말자는 책임감도 있었다. 건축 분야의 전문지식을 대중들도 알 수 있게끔 쉽게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역사 전문 출판사 ‘역사 비평사’를 거쳐 동녘 출판사에서 7년을 일했다. 통제받는 회사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질 즈음 그는 퇴사를 결심했다. 건축 관련 책을 내보자는 생각과 통제받는 회사 생활의 고충이 맞물렸다.

작업 중인 이 대표의 책상
작업 중인 이 대표의 책상

1인 출판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출판 분야를 보다 뚜렷하게 잡기 시작했다. 건축물의 역사와 이야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유현준이나 임형남, 승효상 같은 유명 건축가들의 책을 낸 적은 없지만 ‘도서출판 집’이 내세우고 있는 저자 아카이브는 눈여겨볼 만하다. 대부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정 건축 분야에 몇십 년 동안 파고든 전문가들이다.

지난달 출간된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일본의 목조 건축물 ‘호류지’가 그토록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있는 비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호류지 가람 수리 가문의 마지막 목수 니시오카 츠네카즈와 목재의 노화를 연구하는 고하라 지로 교수가 쓴 원고를 한지만 명지대 교수가 번역했다. 한 교수는 한국에서 전통 건축을 공부한 건축학과 교수로 목조 건축에 일가견이 있다.

『경성의 아파트』를 쓴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주거론’과 ‘주거문화사’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아파트의 문화사』 『아파트와 바꾼 집』 등 50권에 달하는 건축과 주거문화에 관한 책을 낸 바 있다. 그가 이렇게 건축계의 숨은 고수를 찾을 수 있었던 건 오랜 기간 건축 잡지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한 덕에 그만한 네트워크가 쌓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건축학과를 가고 싶어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안내서’ 성격의 책 편집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짧지만 친절한 설명을 담았다. 몇 년동안의 편집으로 긴 시간을 투자한 책 ‘우리 정자’도 곧 출간 예정이다.

도서출판 집에서 펴낸 책들
도서출판 집에서 펴낸 책들

이 대표는 책 출간도 집 짓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책과 집 모두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결과물을 내고, 꼼꼼히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의 오탈자는 건축물에서 나사 하나가 빠진 것과 같다. 한번은 책 출간 후 저자로부터 오탈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2쇄때 수정하겠다고 대답했다가 경을 쳤다. “집 지을 때 나사 하나만 잘못 들어가도 집이 무너지는데 이 대표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농담처럼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출판에 대한 경각심과 긴장감을 갖게 된 사건이었다.

도서출판 집에서 그동안 출간한 책은 총 17종, 많이 팔리면 5쇄까지도 찍었지만 대부분 2쇄에 그쳤다. 건축 분야 책은 기술공학으로 분류돼 고객의 눈길이 가지 않는 매대에 진열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그는 건축 관련 도서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문화적인 면에서의 건축이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다뤄지는 만큼 예전보다 독자층이 늘어날 거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사무실, 그보다 더 좁디좁은 도서 시장. 이 대표에게 잘 팔리는 책도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무조건 잘 팔리는 책을 만들려는 의도는 없고요. 아예 안 만들면 안 만들었지. 제가 관심 갖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책으로 계속 만들 생각이에요.”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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