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채 칼럼] 삼성이 갤럭시Z 사은품으로 ‘동네서점 상품권’을 제공하면...  
[박용채 칼럼] 삼성이 갤럭시Z 사은품으로 ‘동네서점 상품권’을 제공하면...  
  • 박용채 편집주간
  • 승인 2021.08.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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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채 편집주간

국가권력이 서슬 퍼렇던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의 감시대상이었던 서울 명륜동의 터줏대감 책방 풀무질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새 주인을 맞은 게 2년 전인 2019년 여름. 26년간 풀무질을 운용하던 책방지기 은종복씨는 제주로 이전해 제주 풀무질을 열었다. 며칠 전에는 서울 은평구의 터줏대감인 불광서점이 경영난에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책 유통업체인 송인서적, 오프라인 서점매출 3위 반디앤루니스가 문을 닫았다.

서점가의 몰락은 새로운 소식이 전혀 아니다. 포털에서 서점 숫자를 검색해보면 10년 전에 비해 반 토막 난 것을 쉬 알 수 있다. 살아남은 곳도 숨만 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책방들도 살아남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왔다. 풀무질의 새 주인들은 서가를 재정비하고 작가와의 만남, 저자 라이브 강연, 북 토크, 읽기 모임은 물론 티셔츠도 팔고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광서점도 그동안 은평구와 함께 문화행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글짓기, 독서 모임도 부지런히 열었으며 생태 탐사 모임도 추진했다.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어른 모임도 개최했다. 그래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결과가 폐점으로 귀결된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중과부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서점들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지만 이제는 대세가 된 온라인 도서 판매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대형서점이 구축한 도서 온라인몰은 할인과 무료배송으로 독자를 끈다. 여기에 밀리의 서재, 윌라 등이 주도하고 있는 e북과 오디오북 시장의 급성장도 종이책을 읽던 독자들의 서점 발길을 돌려세웠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도 경영 압박 요인이 됐다.

코로나가 끝나면 상황은 나아질까. 지금보다 백배 노력하면 살아날까. 안타깝지만 낙관할 수 없다. 고백하자면 필자 역시 당장 필요한 책이 아니면 온라인 서점을 이용한다. 할인에 혜택, 당일 배송의 편리함에 안주한다.

145년 전통을 가진 미국 오프라인 서점인 반스앤노블은 책을 사고파는 데서 한발 나아가 책을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한때 미 전역에서 1,000여 개 지점을 거느리는 공룡이 됐지만 결국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존이 진출해 훑고 지나간 시장은 초토화된다는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나 남은 건 망하는 일뿐이다는 ‘아마존됐다’(you are amazoned)는 서점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되는 건 자본주의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하더라도 열악한 수익구조를 가진 서점의 몰락은 우리 사회의 정신이 쇠퇴하는 것 같아 우울하기 짝이 없다. 대형 유통체인의 시대는 끝나고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시대. 출판 생태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버겁다. 저자, 출판사, 서점 어느 하나 힘겹지 않은 곳은 없다.

물론 서점이 몰락하는 한편으로 어떤 곳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책방도 문을 연다. 술을 파는 책방이 있는가 하면 빵을 굽는 책방, 출판을 겸하는 책방들도 있다. 충북 괴산이나 전북 완주 같은 곳에는 책과 함께 하는 북스테이 공간도 있다. 여건은 힘들지만 책을 읽고자 하는 열망에 불을 붙이려는 고군분투에 절로 고개가 숙어지기도 한다.

척박하고 날카워진 진 시대 책방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최후의 보루이다. 이들이 무너지지 않고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당연히 서점가에서 끊임없이 거론해온 도서정가제의 정착도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런 방법은 또 어떨까.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통신사들은 새 휴대전화 출시 때 사전 예약 고객에게 이어폰을 비롯해 유튜브 이용권, 게임 이용권, 독서플랫폼 이용권, 오디오북 이용권 등 다양한 사은품을 준다. 독서플랫폼 이용권을 제공하는 것은 전자책 시장 활성화는 물론 독서 활동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일 게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여기에 동네서점에서도 활용 가능한 ‘도서 상품권’을 추가하면 어떨까. 동네서점은 숨이 트일 것이고, ‘독서하는 국민’ ‘책 읽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동네 책방은 지역 문화의 모세혈관이다.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도 아니다”(개브리얼 제빈)는 얘기도 곧잘 회자된다. 대기업과 동네 책방의 콜라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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