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주의 영화롭게] 분단영화의 계보에서 본 ‘모가디슈’
[송석주의 영화롭게] 분단영화의 계보에서 본 ‘모가디슈’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8.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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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의 열한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때, 남과 북의 대사관 직원들이 우연한 계기로 함께 힘을 합쳐서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를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당시 소말리아 대사로 근무했던 강신성 씨는 퇴직 후 그때의 일을 바탕으로 ‘남북 대사 동반 탈출기’를 그린 소설 『탈출』을 펴냈는데요. <모가디슈>는 바로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평자의 지적처럼 <모가디슈>의 미덕은 ‘절제된 연출’에 있습니다. 극적으로 모가디슈를 탈출한 남과 북의 인사들이 마지막에 “우리는 한민족이야”라며 서로 부둥켜안거나 울고불고하는 신파가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대개의 한국 상업영화가 신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소 극단적인 상황 설정으로 작위적인 눈물을 짜내는 데 반해 이 영화의 연출은 아주 담백하지요. 찡그리는 표정 없이 아픔을, 눈물 없이 슬픔을 표현한다고나 할까요.

영화의 중후반에 펼쳐지는 카체이스 장면도 흥미 본위의 구경거리로 소비하지 않고,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변주합니다. 특히 총알을 피하기 위해 차체를 책과 모래주머니로 덮고, 응급 상황 시 수혈을 위해 인물들의 팔에 혈액형을 표시한 것은 꼼꼼한 고증에 의한 연출임을 알 수 있는 지점들이죠. 이 외에도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훌륭한 프로덕션 시스템 등이 <모가디슈>의 성공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언급한 <모가디슈>의 성공 요인들을 이 글에서 세부적으로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모가디슈>를 ‘분단영화’라는 장르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분단영화는 미국의 서부극(Western)처럼 특정 국가의 맥락 속에서 피어난 영화 장르입니다. 영어로는 ‘Films about devided Korea’로 표기하는데요. 다시 말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만 있는 영화 장르가 바로 분단영화이지요.

‘분단’이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시기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입니다. 책 『남북 분단영화의 감정구조』의 저자 김명신은 “남한과 북한은 그들이 겪은 ‘하나의 전쟁’을 각각 ‘한국전쟁’과 ‘조국해방전쟁’으로 명명하며, 전쟁의 비극을 승리의 기억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수많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시기 남과 북에서 제작된 영화들은 대개 자신들의 체제 및 이념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선전영화’였던 셈이죠.

이후 분단영화는 진보·보수 정권을 거치며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변화합니다. 영화연구자 최은진(논문 「<쉬리> 이후 분단영화에 나타난 핍진성과 장르변주의 상호텍스트적 관계 연구」)에 따르면, 분단영화는 대북 유화정책을 펼쳤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엔 주로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로, 대북 강경정책을 펼쳤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엔 액션과 전쟁영화로 제작됐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양상을 보입니다.

그럼 <모가디슈>는 어떤 분단영화일까요? 주지하다시피 영화는 내전이 발발한 타국에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그 상황을 타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배종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2005)과 장훈 감독의 <의형제>(2010) 그리고 김성훈 감독의 <공조>(2017)와 궤를 같이 합니다. 네 영화 모두 남과 북이 의기투합하여 모종의 일을 도모하는 모티브를 서사의 주된 동력으로 삼고 있거든요.

끝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김명신 위 책에서 “남한 영화는 북한의 만행과 공산주의자들의 비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며 국군의 자유 수호 정신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반면, 북한의 영화는 포악한 미군과 영웅적 인민군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띠었다”고 말합니다. 가령 북측 인사를 사람이 아니거나 극악무도한 짐승처럼 묘사하는 남한 영화도 있었는데요. <똘이 장군>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이죠.

<모가디슈>는 남과 북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재단하지 않아요. 서로 깻잎을 떼어주고, 상비약을 공유하는 등의 장면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합니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별로 없고, 적당히 이기적이면서 인간적인 남측 캐릭터들에 비해 북측 캐릭터(특히 구교환 씨가 연기한 ‘태준기’)들이 묘사된 방식은 아무래도 조금 심심합니다. 이념에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듯한 액션도 다소 낡은 느낌이 있죠.

또 제3세계 나라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보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의 활극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모험담을 보는 게 그리 편하지는 않아요. 작년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던 <익스트랙션>도 그렇죠.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입체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단순한 배경으로 기능하거나 전시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에요. <모가디슈> 역시 소말리아 반군과 정부군을 묘사하는 방식, 그 맥락을 너무 납작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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