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묻혀진 여인의 삶
『북경의 세 딸』은 인본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시대와 인간을 더불어 통찰하며 그 안에 동양적 심미성을 부여하는 글을 쓰는 펄벅의 작품이다.
펄벅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이념은 그것을 원치 않는 이들까지도 그 폭풍 속으로 끌어들인 뒤, 그렇게 흘려진 피를 바탕으로 자라난다는 역사적 반복을 통탄하는 동시에, 문화대혁명의 물결 속에 사라져버린 과거를 향수한다.
펄벅은 온갖 영화의 시기를 구름처럼 흘려보내고 습격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되는 양 부인의 대반점과 그녀의 비참한 최후를 통해, 인간이 역사에게가 아니라 역사가 인간에게 가져야 할 도의적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엄중한 물음을 던진다. 소리 없이 저무는 대반점의 밤, 바로 그 대문 앞에서 자신의 최후를 받아들였던 양 부인의 삶은 바로 과거 우리의 자화상이며, 여전히 존속하는 역사와 이념의 야만성을 보여주는 단상이다.
격변기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솔직한 삶을 살았던 한 가족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슬프고도 잔잔한 즐거움은 ‘역시 펄벅’이라는 명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펄s. 벅 지음/ 이은정 옮김/ 길산/ 380쪽/ 14,000원
독서신문 1405호 [200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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