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버려도 되나요?... 당신의 생각은
가족, 버려도 되나요?... 당신의 생각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8.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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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1인 가구, 동거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통적인 가족 관념이 형해화되는 걸까. 아빠, 엄마, 형제와 나로 구성된 가족은 더없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본 작가 고바야시 에리코의 『가족, 버려도 되나요?』(책으로여는세상)는 가족 해체 과정에 대한 에세이다. 책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가족, 그 속에서 더없이 무기력한 나날들,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에 차마 내뱉을 수 없는 생각, 수많은 좌절을 거쳐 이제는 담담해진 일상. 그는 책에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얘기한다.

고바야시는 전문대 졸업 뒤 만화잡지 편집자로 일하다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이후 ‘정신병 신문’‘에리코 신문’을 발행하면서 만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살 미수에서 다시 살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는 책을 냈고, 출판사 쇼문샤에는 「내가 페미니즘을 몰랐을 때」를 연재하고 있다.

책은 에리코가 회고하는 가족에 대한 풍경을 그린다. 술 취하면 밤마다 난폭하게 구는 아빠, 그런 폭력에 무력한 엄마, 아버지의 행동을 답습하는 오빠가 에리코의 가족이었다. 이들은 20년 동안 함께했다. 하지만 에리코의 가족은 지금 해체됐다. 아빠와는 10년째 연락이 끊겼고, 오빠도 만나지 않는다. 엄마와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관계이다. 누군가는 에리코를 불행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그는 “우리 가족은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하지만 무조건 슬픈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가족 형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불행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가족이 해체된 이유에는 아빠의 책임이 크지만 에리코가 아빠에게 품는 감정은 양면적이다. 술만 마시면 엄마를 때리는 아빠가 좋게 보일 리 없다. 고등학생이 된 오빠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 때는 엄마의 경우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엄마가 담배 피운 흔적을 발견했을 때는 거리낌없이 주먹을 날렸지만, 오빠에게는 “너무 깊숙이 들이마시지 마라”고만 한다. 육체적으로 더 강해진 오빠를 두려워해서다.

취하지 않은 아빠는 좋았다. 영화를 좋아했던 아빠는 에리코를 데리고 자주 영화관에 갔다. 아빠에게는 배울 점이 많았다. 조리사가 되고 싶었던 아빠는 오뎅에 명란젓을 넣어 이상한 음식을 만들기도 했지만 나름의 다정함도 있었다. 그가 해준 초밥과 오코노미야끼를 오빠와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있다. 그는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에리코는 아빠를 이해하려 한다. 어린 시절 아빠는 방치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주 집을 비웠다. 에리코는 할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서는 ‘가족에게는 폭력을 부려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또 아빠에게는 애정결핍이 있었다. 술 취해 돌아온 아버지가 에리코를 무릎 위에 앉히고 “아빠 좋아해?”라고 자주 물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빠가 딱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에리코는 가부장제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보인다. “아버지를 정점으로 하는 가족 형태는 필연적으로 여성 멸시로 이어진다”며 가부장제를 비판한다. 일본의 가족 제도는 지극히 가부장적이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하면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른다. 그에게 결혼은 폭력에 대물림이기도 하다. 엄마가 아빠에게 맞고 난 뒤 할머니가 “미안하다, 내가 아들을 잘못 키웠다”고 말하지만 “애비가 저렇게 하는 건 너에게도 무슨 문제가 있어 그런 거 아니냐”고 덧붙인 건 그에게 충격적인 기억이었다. 에리코는 “내 대에서 악순환을 끊어내겠다”고 결심한다.

대신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것이 에리코의 꿈이다. 그에게는 가족과 같은 친구들이 있다. 그는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마치 큰 가족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지금 혼자 살고 있지만 가족과 함께 살 때보다 외롭지도 않고, 더 행복하기만 하다”고 전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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