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 고양이가 사람 곁을 파고든다
1인 가구 증가, 고양이가 사람 곁을 파고든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8.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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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는 “고양이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고양이가 인간에게 주는 위안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인간에 의해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 특유의 성향 탓도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執事)라고 부르는 이유 역시 이와 맥이 닿아있다. 사람이 고양이의 주인이 아니라, 고양이가 사람의 주인이 된 걸까. 그만큼 고양이는 독특한 매력의 반려 동물이다.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다. 예스24가 고양이 관련 도서 판매 추이를 조사한 결과, 출간 종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었다. 작년 한 해에 출간된 고양이 관련 도서만 160여권에 이른다. 10년 전과 비교해 2.7배 증가한 수치이다. 올해 7월까지 신간은 111권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출간량의 70% 가까이 이르렀다.

판매량 역시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0.2% 성장한 데 이어 2021년 상반기에도 46.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 구매층은 40대(48.3%)와 30대(28.2%)로 나타났으며 20대(10.5%)와 50대(9.6%)가 비슷한 비율로 뒤를 이었다. 구매 성비는 여성(62.1%)이 남성(37.9%)보다 높았다.

고양이를 ‘읽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 도서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고양이의 신체적 특성이나 영양학 지식 등 반려묘 양육 정보를 다룬 실용서는 물론이고, 미디어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스타 수의사들의 책들도 많이 팔리고 있다.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고양이 행동 전문가로 출연 중인 수의사 김명철의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비타북스)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는 고양이의 이상 행동 발견 및 해결을 돕는 여러 조언들이 담겼다.

이어 반려 동물과 이별한 뒤의 상실감이나 우울증을 뜻하는 ‘펫로스 증후군’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면서 관련 도서 출간도 늘고 있다. ‘글 쓰는 수의사’이자 수의학 신문 <데일리벳>의 대표로 활동 중인 이학범의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포르체)은 펫로스를 경험한 집사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반려묘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실질적 정보 역시 담고 있다.

길냥이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도 눈에 띈다. 작가 김하연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이웃’으로 대접 받지 못하는 길고양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사진 전시회와 강연회 등을 열고 있다. 특히 십년 넘게 길고양이를 사진으로 남기면서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모색한 『운 좋게 살아남았다, 나는』(이로츠)을 펴내면서 길냥이가 우리의 이웃임을 주장한다.

이 외에도 tvN ‘대화가 필요한 개낭’ 등에 출연한 수의사 나응식의 『고양이 마음 사전』(주니어김영사), 펫로스를 겪은 반려인들이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무지개다리 건너 또 만나자』(문학사상), 애묘인들을 위한 가이드북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북폴리오)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귀여워 한다는 뜻의 ‘애완’에서, 짝을 이룬다는 ‘반려’로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한국에서 꾸준하게 이루어져 왔다”며 “이는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증가와도 관련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는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과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한 경향성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고양이에 관한 세분화되고 심층적인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동물권 신장 및 1인 가구 확산과 더불어 이러한 출판계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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