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실이다”… 조지 오웰의 『1984』
“당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실이다”… 조지 오웰의 『1984』
  • 황현탁
  • 승인 2021.07.30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㉑]
[책으로 떠나는 여행] <독서신문>은 여행과 관광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시대에, 고전이나 여행기에서 기술된 풍광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은 『세상을 걷고 추억을 쓰다』라는 여행기의 저자이며, 파키스탄, 미국, 일본, 영국에서 문화담당 외교관으로 근무한 황현탁씨가 맡습니다.

 

황현탁

⑳ “유토피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⑲ “왕은 철학이 없고 신하는 간교하다”…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⑱ “글을 끝내면 사랑을 나눈 뒤의 공허함이…”,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
⑰ 유길준의 『서유견문』, "파리의 청초·화려함은 런던·뉴욕에 비해…"
⑯ “여행이 끝나지 않길 바랄 때도 있지만, 멈출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⑮ “어진 이는 사람에게 말(言)을 주지만...” 명나라 사신 동월의 『조선부』
⑭ “명석한 사람은 많아도, 너그러운 사람은 적다”... 신유한의 『해유록』
⑬ “예술이라는 하늘에는 새 별들이 계속 나타난다"-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⑫ “평화와 재치, 정직은 절대 양보 못하는 가치”-마거릿 캐번디시의 『불타는 세계』
⑪ 명나라에 조선선비역량 뽐낸 조선관리... 최부의 『표해록』
⑩ “정의로운 것은 어디를 봐도 없다”... 린지의 『아르크투루스로의 여행』
⑨ “사랑을 위해서는 불속에도 뛰어들겠다” 아이헨도르프의 『어느 건달의 방랑기』
⑧ “기모노를 벗어던지고 칼을 들이밀며” - 카잔차키스 『일본중국기행』
⑦ “고종은 진보적이지만 나약하고, 민비는 지적이지만 후계 두려워해”
⑥ “조선 관리들, 중국 사대주의뿐 바깥 물정에는 관심 없어”
⑤ “사람을 파는 죄와 죽이는 죄는 다르지 않다” [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여행-혜초의 『왕오천축국전』
④ 운명에는 겸손, 삶은 치열하게-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③ 속좁기로는 1등인 그리스 신들-호메로스의 『일리아스』 
② 존 번연의 ‘꿈’속의 천국 여행 『천로역정』 
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숫자 12가 의미하는 것은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Oceania) 주변에는 유라시아, 동아시아가 있으며 이들 나라와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오세아니아에는 보도, 연예, 교육 및 예술을 관장하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부,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애정부(愛情部), 경제문제를 책임지는 풍요부가 있다. 청사 곳곳에는 ‘빅 브러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빅 브러더의 눈은 동전, 우표, 책 표지, 깃발, 포스터, 담뱃갑 등 어디에나 있다), 국어인 신어(New speak)로 영국 사회주의 약어인 ‘INGSOC’가 인쇄된 포스터도 있다. 사무실과 집 곳곳에는 감시목적의 헬리콥터, 순찰기, 사상경찰, 텔레스크린 등이 배치·설치·운용·작동되고 있다. 진리부 건물에는 ‘전쟁은 평화’(War is Peace), ‘자유는 예속’(Freedom is Slavery), ‘무지는 힘’(Ignorance is Strength)이라는 당의 슬로건이 붙어있다.

오세아니아에는 증오 주간(Hate Week), 2분 증오(two minutes hate) 프로그램이 있는데, 인민의 적인 골드스타인이 증오의 중심인물로, 그는 최초의 반역자이자 당의 순수성을 처음으로 모독한 인간이다. 그는 빅 브러더와 당의 독재를 비난하고 언론, 출판, 집회, 사상의 자유를 주장하며 혁명이 배반당했다고 주장한다. 어찌 보면 그는 거대한 비밀군대의 사령관이자 국가 전복을 꾀하는 음모론자들로 구성된 지하조직의 두목 격이다.

과거의 기록을 날조하는 진리부 소속 공무원인 윈스턴 스미스(39)는 승리맨션에 살고, 승리주를 마시며, 승리 담배를 피운다. 그의 어머니는 열 살인가 열한 살 때 사라졌다. 진리부에는 역사, 정보, 교육 등 모든 분야를 필요에 따라 지우고 정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록국, 창작국, 조사국, 텔레스크린국 등이 있다. 그곳에는 청소년반성연맹 휘장을 단 여성, 고집스럽게 당에 충성하는 사람들, 슬로건을 신봉하는 사람들, 스파이들, 이단자를 가려내는 사람들과 내부 고위당원인 오브라이언도 일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의 강의, 행진, 노래, 슬로건, 군가 등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괴멸하도록 이루어져, 당이나 빅 브러더 반역자나 사상범을 처단하는 놀이도 한다. 아이들에게는 조직적으로 부모와 대립하게 하여 그들을 감시하고 과오를 보고하도록 가르쳐 가정을 사상경찰 영역으로 삼는다. 자연스레 부모들은 자식들의 밀고를 두려워한다.

그곳에서는 알면서 모르는 척, 진실을 알면서 교묘하게 꾸민 거짓말을 하는 것, 서로 모순되는 줄 알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믿는 것, 논리를 사용하여 논리에 맞서는 것, 도덕을 주장하면서 도덕을 거부하는 것, 민주주의가 아닌 줄 알면서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믿는 것, 잊어버리고 필요할 때 기억했다가 다시 잊어버리는 것 등 ‘이중사고’를 해야만 한다.

윈스턴은 당은 내부로부터는 전복될 수 없는 구조여서 인구의 85%인 피압박 대중만이 당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자신도 저항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날조되는 사회에서 어떤 것이 ‘진리’인지 알리기 위해, 즉 미래와 소통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하며, ‘빅 브러더를 타도하자’라는 문구도 쓴다. 또 섹스는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한 방편으로만 허용됨에도 창작국 공무원인 줄리아(26)와 쾌락 목적의 밀회와 섹스를 즐긴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동물적 본능은 당을 산산이 부수는 힘이며, 부둥켜안고 뒹구는 것은 일종의 전투이고, 절정의 순간은 승리의 순간이다. 섹스는 사랑의 행위이기 이전에 당에 일격을 가하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사상과 행적은 오브라이언에게 발각되어 ‘인간개조 작업’이 시작된다. 당은 물질적인 세계를 지배하는 인간의 힘을 빼앗고, 단순한 충동이나 감정은 쓸모없다고 인식시킨다. 감방에 가두고 고문을 하거나 옆방 소리를 듣도록 하고, 수틀리면 더 심한 고초를 겪는 곳으로 이송하는 것을 깨닫도록 하여 스스로 무너지고 사상을 바꾸도록 한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서로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고통을 겪자 상대를 배신한다.

“세상에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고통 앞에서는 영웅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사악하며 용서할 수 없는 일은 간수들의 매질이 아니라 그 매질에도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때리기도 전에 살려 달라 애원하고, 때리는 시늉만 해도 진짜든 가짜든 죄를 자백한다.” “입과 손은 요구하는 대로 말하고 서명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 못살게 굴기 전에 얼른 털어놓는다.” 이런 것이 실체다.

오브라이언은 “당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실이고, 당의 눈을 통해 보지 않고는 실제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배우도록 한다. 소극적인 복종이나 비굴한 굴복이 아닌 온전한 정신을 지닌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파괴를 위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옛날 전제군주의 명령이 ‘너희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었고, 전체주의자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면, 소설 속의 당의 인간개조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되어 있다’는 식이다. 그래서 윈스턴과 저항자들은 학습, 이해, 수용의 과정을 거쳐 항복했고, 당의 권력에 맞서는 것은 경박하고 무용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더는 반항하지 못하도록 처단해버린다. 모두가 세상에서 증발하거나 사라진다.

조지 오웰의 『1984』란 소설은 권력은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 있으며, 구둣발은 영원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당은 ‘출산의 연례 행사화, 섹스할 때의 오르가즘이나, 당에 대한 충성심 외의 모든 충성심, 빅 브러더에 대한 사랑 외의 사랑을 없애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래서 윈스턴의 가슴 속에서 뭔가가 죽었고, 불타버렸으며, 마비되어 버렸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지난 사회주의, 공산주의, 전체주의 역사를 보면 죄 없는 수많은 백성을 구둣발로 괴롭혔을 뿐 사회주의 이념은 형해화(形骸化)되고 겉모양만 번드르르할 뿐 속은 자본주의나 속물주의로 가득 차 있음이 아이러니다. 수많은 사람이 사회주의의 시험 대상이었을 뿐이다.

부록으로 <신어의 원리>를 첨부해 놓았는데, 표준 영어인 구어(Old speak)에 대해 영국식 사회주의에 부응하기 위해 고안된 언어가 ‘신어’다. 영국 사회주의, 오웰의 전체주의가 지향하는 사상 이외에 갖지 못하게 하려고 비정통적인 의미가 있는 낱말과 한 단어에서 이차적인 의미를 삭제하고, 사고의 영역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어휘를 만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즉 신어는 단순하고 의도적인 사고만을 표현하면 된다는 것이다. [시리즈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용채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박용채 070-4699-7368 pyc4737@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