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약물의 유혹... 올림픽 도핑의 과학
금지된 약물의 유혹... 올림픽 도핑의 과학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7.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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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올림픽인 모양이다. 코로나 19의 재유행과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도쿄 올림픽은 치러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양궁을 비롯해 축구 등을 보며 염천을 지내고 있다. 지금은 선수촌 내의 코로나 확진자가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그동안 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도핑이었다.

국내에 ‘도핑’ 개념이 널리 알려진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벤 존슨이 금지 약물 복용으로 100미터 달리기 금메달을 박탈당하면서다. 당시 9.79초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벤 존슨의 메달 박탈은 큰 충격을 낳았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벤 존슨과 함께 달렸던 8명 중 6명이 도핑에 연루되면서 당시 경기는 ‘역사상 가장 더러운 경주’로 불리게 됐다. 정신과 의사 최강은 책 『도핑의 과학』(동녁사이언스)을 통해 그런 도핑의 내막을 풀어낸다.

도핑의 어원은 남아프리카 카피르족이 전투나 전통 의식을 행할 때 원기를 북돋기 위해 마시던 음료인 ‘도프(dop)’에서 비롯했다는 설과 미국에서 아편을 가리키는 속어인 ‘도프(dope)’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도핑이 크게 주목받은 건 1988년이지만 사실 도핑은 고대부터 스포츠 선수들이 널리 사용해온 자극제였다. “고대 사회 스포츠 선수들은 와인이나 브랜디 같은 술부터 곰팡이가 생겨 뻥 뚫린 무화과 같은 환각성 물질까지 먹으면서 경기력의 향상을 꾀했다.”

100여년 전만 해도 약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건 문제 될 것 없었다.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아마추어리즘’이 일반적이었기에 도핑은 경기력을 높이는 수단의 일환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점차 경기가 치열해지고 상업화되면서 경쟁이 과열되자 급기야 반도핑 운동이 시작되기에 이른다.

그런 배경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이 자리한다.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수들의 근육을 키우고 힘을 늘려주는 스테로이드 복용이 국가 차원에서 권장됐다. 당시 불황에 시달리던 동독은 국가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선수들에게 비타민이라고 속이고 단백동화남성화스테로이드(AAS)를 건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무료 40개나 획득했다. 이득만큼이나 부작용이 심각했는데,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여성 선수들의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났으며,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일부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도 했다.

1967년 IOC는 도핑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했지만, 코카인이나 암페타민과 같은 자극제, 스트리크닌 같은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약물, 헤로인이나 모르핀 같은 마약성 진통제만 걸러낼 뿐 AAS는 기술적 한계로 검출할 수 없었다. 1999년 11월 세계반도핑기구가 창설되고, 약물 검출이 용이해졌지만, 그럼에도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도핑 회피기술도 발전하면서 도핑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도핑 검사가 엄격해지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수영 선수 릭 데몬트는 천식약을 복용했다가 도핑 검사에서 에페드린이 검출되어 실격되었고, 2000년 루마니아의 체조 선수 안드레아 라두칸은 37㎏의 작은 체구로 인해 감기약 한 알을 먹고 혈중 에페드린 기준을 초과해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임석진이 마황 약재가 들어간 한약을 먹었다가 도핑검사에서 에페드린이 검출되기도 했다.

도핑의 정의는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선수의 건강을 위협하는 약물이나 도구,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물질이나 기술’이다. 첨단 기술을 도입한 수영복이나 공학 기술이 집약된 자전거도 도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저자는 쫓고 쫓기는 다채로운 도핑 에피소드와 함께 기술 도핑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그 기술이 경기 균형을 깨드리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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