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간문으로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 문학동네 ‘총총’ 시리즈
서간문으로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 문학동네 ‘총총’ 시리즈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7.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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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에는 이효석이 절친한 친구였던 유진오에게 보낸 육필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두 사람은 경성고보(현 경기고)와 경성제대(현 서울대) 동문으로, 문학단체인 ‘카프’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깊은 우정을 쌓았다. 둘은 소액의 잡지 원고료로 함께 술을 마시며 문학과 예술을 논했고, 이효석은 눈을 감기 직전에 유진오를 찾을 정도였다.

서간에세이(편지 형식으로 된 수필)는 주로 두 작가가 서로에게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진행된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일가를 이룬 문인(文人)들도 보통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문인들의 인간적인 고뇌에 깊이 공감하고, 나아가 그들에게 묘한 동류의식 및 연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 전후의 고단함을 담아 동갑내기인 초의 선사에 보낸 서간첩, 정약용이 유배 생활 중 두 아들과 형 정약전에게 보낸 서간문, 윤동주와 송몽규가 일본 유학 시절 주고받았던 편지는 지금도 보아도 가슴이 뭉클하다. 대단할 것만 같았던 위인들의 삶에 찰나적으로나마 접속하는 체험. 그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의 경험. 서간에세이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최근 문학동네가 작가들의 서간을 엮어 ‘총총’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물을 내놓고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팀장은 “평소 고흐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나 오스카 와일드의 『심연으로부터』 같은 고전 명작 서간부터, 무명의 작가가 헌책방 주인과 책을 매개로 나눈 『채링크로스 84번지』, 사노 요코가 베를린에서 한국 남자 친구와 나눈 『친애하는 미스터 최』 등의 서간에세이들을 좋아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작가들도 결국 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힘을 얻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렇다면 작가들에게 당신이 어려움을 겪고, 원고가 잘 써지지 않고, 갑갑할 때마다 마음에 쌓인 어려움을 어떻게 토로하는지. 그때마다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결’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이를 담을 수 있는 형식을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의 설명대로 기존 서간에세이들은 보통 가깝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편지를 교환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총총’은 의외의 인물들을 결합해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서로를 탐구하고 새로운 관계를 이뤄가는 특징을 보인다. 그는 “‘총총’은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두 사람이 그 거리를 의도적으로 좁혔다, 넓혔다 하면서 두 작가가 ‘관계’를 갖고 놀며 서로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이슬아와 남궁인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한 이슬아는 구독료를 낸 독자에게 매일 글 한 편씩을 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 ‘일간 이슬아’를 통해 유명해졌다. 남궁인은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응급의학과 의사의 분투를 담은 책 『만약은 없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 팀장은 “둘은 직업도, 배경도, 성별도, 연령대도, 정말 매우 다르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도 우정을 쌓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함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총총’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시리즈의 시작을 연 이슬아, 남궁인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출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써 4쇄를, 힙합 신의 로맨티스트 슬릭과 장르를 넘나드는 종합예술인인 이랑의 『괄호가 많은 편지』는 2쇄에 들어갔다. 문학동네는 ‘총총’의 다음 주자로 에세이스트인 이다혜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그리고 옥상달빛의 오랜 듀오인 김윤주와 박세진의 서간을 준비하고 있다.

‘총총’은 부사이다. ‘밤하늘에 박힌 별들이 빛나는 모양’이자 ‘시간이 없어 바삐 걷는 모습’을 뜻한다. 이 팀장은 “쉴 틈 없이 바쁜 독자들에게 사람의 온기와 우정이 주는 힘과 용기를 전하기 위해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며 “좋은 친구들이 주고받은 이 편지책이 누군가의 어둡고 기운 빠지는 밤에도 따뜻하고 힘 나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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