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종·선비 아내·소녀 여행가 등 조선 여성 52명의 기록… 『또 하나의 조선』
여종·선비 아내·소녀 여행가 등 조선 여성 52명의 기록… 『또 하나의 조선』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7.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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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의 조선이 있다. 정사(正史)라고 하는 실록이나 양반 남성들의 문집 등으로 구성되는 조선이다. 역사는 그들로만 기록될 수도 있지만 세계는 그들만으로 구성될 수 없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인 이숙인의 말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또 하나의 조선』(한겨레출판)을 펴냈다.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이숙인의 앞선 여자’를 토대로 추가적인 자료를 보완하여 묶은 것이다. 책에는 조선 여성 52명의 삶이 담겨있다.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밑바닥 여종에서 왕비, 십대 소녀에서 여든 할머니, 남녘의 산골에서 한양까지. 신분과 나이, 지역을 초월한다.

책은 남성 중심의 세상이었던 조선에서 갖가지 상황적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했던 여성들의 분투기처럼 보인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면면은 각양각색이다.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경북 칠곡에 살던 양반가 여성인 신천 강씨는 딸에게 보낸 편지로 첩을 들인 남편에 대한 울분을 토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500년 전 ‘점잖게 박제된’ 양반가 여성의 날 모습 그대로이다. 사족 이문건가의 여비였던 춘비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다. 춘비는 35세 전후에 몸에 종기가 생겨 두 달 만에 사망하지만, 투병 중 소고기를 먹고 싶어 하고 한편으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드라마 등에서 도식화됐던 노비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밖에도 조선 초기 자산관리의 달인이었던 화순 최씨의 얘기를 비롯해 다산 정약용의 아내였던 홍혜환, 귀양지에서 다산을 되살린 소실 홍임모의 얘기도 눈길을 끈다. 우리에게 친숙한 황진이는 기존의 도식적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거듭난다. 악녀로 그려져 온 장희빈은 냉엄한 역사현장에서 열 살 남짓한 아들의 미래를 기원했던 평범한 여자였음을 설명하기도 한다, 동시에 부당한 이혼요구에 맞서고, 혈통의 허상을 드러내며, 집단 광기의 제물이 되면서 닫힌 운명에 맞선 여성들의 삶도 담고 있다.

저자는 “위인이라 불릴 여성뿐 아니라 사사로운 욕심 가득한 여성의 이야기까지 함께 들을 때, 좀 더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을 가진 또 하나의 조선이 그려진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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