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의 책 한 모금] 독신 직장 여성이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법
[서믿음의 책 한 모금] 독신 직장 여성이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7.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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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언론사 출판팀장인 곽아람. 고고미술사학을 전공(석사)한 그는 남강변의 소도시에서 자랐다.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한 그를 어머니는 “스테인레스 수저”라고 지칭한다.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물려줄 재산이 없다는 게 이유. 어릴 적 “부모님과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었”던 그는 “칭찬받다 보니 커서는 지시만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소개한다. “야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제 손으로 밥벌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저자는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이봄)를 통해 남강변 소도시 물가에서 폭우에 강물이 넘치지 않도록 책으로 쌓은 자신만의 둑을 소개한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자신이 없는 만큼 책에 빠져든다”고 했던가, 저자는 “그(책) 세계 안에서만 비로소 안전하다”고 느끼며 독서에 천착했다고 했다. “지식을 쌓기 위한 일도, 즐거움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책 속으로 도망치지 않고서는 현실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은신처를 찾아 책을 읽었다.” 그런 그에게 “부모님은 ‘세상에 너보다 훌륭한 사람 훨씬 많다’고 가르쳤다.”

그래서일까. 도피처 삼은 독서로 쌓은 교양이 (나이를 먹고) 가장 힘든 순간에조차 품위를 잃지 않도록 하는 무기가 되었다. 간혹 힘들게 하는 사람과 마주해도 “나한테 잘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여유를 얻었다.

직장생활은 고역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그 긴장을 이기지 못해 번아웃이 와서 사표를 내고,  병가를 쓴 적도” 많았다.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리며 심리상담까지 받았다. 남몰래 눈물을 삼키던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여자 상사는 그에게 울어도 된다며 “대신 크게. 남들 다 보는 데서 ‘왕’하고 울어야 해. 어떤 새끼가 너를 괴롭혔는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크게”라며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해답을 선사했다. 

저자가 취업할 당시 회사는 성비를 동일하게 뽑았다. 하지만 아직 여성은 전체의 ‘절반’이 못 된다. 저자는 “많은 경우 남성은 여성이 자신보다 못하다 생각할 때만 너그럽다. 일단 ‘상대할 만하다’ 싶으면 동성에게 하는 것보다 훨씬 잔인하게 짓밝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기혼자들 속에 미혼자로 남은 그는 “펜을 배우자로, 작품을 자식으로 삼는 독신 작가”의 삶을 조심스레 만지작 거리며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아트북스) 『미술 출장』(아트북스) 『어릴 적 그 책』(앨리스)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아트북스) 등의 책을 펴냈다. 그는 “나는 아직도 누군가 내 작은 책들을 읽어준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도 고맙다”고 술회한다.

책에는 웃음을 터뜨릴 내용이 간간이 섞여있다. 헌터 데이비스의 ‘플로시’ 시리즈 일화도 그중 하나다. 플로시는 나이를 10년 더 먹어 18살로 변해 언니가 즐겨 가던 펍(pub)으로 가 콜라를 주문한다. ‘콜라에 럼주와 위스키, 진 중 어느 것을 넣어 마실 거냐’는 물음에 “스트로(빨대)를 넣어 마실래”라는 기막힌 답변을 내놓는다.

20권의 책에서 20명의 여성을 꺼내놓지만, ‘여성’을 ‘사람’으로 치환해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인생의 희노애락 속에서 발견한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지혜가 책에 담겼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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