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주영 회장이 불도저라면, 정몽구 회장은 ‘겸손·치밀’의 상징...『알려졌지만 알려지지않은(KNOWN UNKNOWN)』
[리뷰] 정주영 회장이 불도저라면, 정몽구 회장은 ‘겸손·치밀’의 상징...『알려졌지만 알려지지않은(KNOWN UNKNOWN)』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7.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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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설집이 최근 나왔다. 홍익문화사는 최근 정몽구 회장의 비화가 담긴 팩션(Faction)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알려졌지만 알려지지않은 이야기)을 출간했다. 팩션은 실제적 인물과 사건이 창작적 대화와 결합된 이른바 ‘논픽션 소설’이다.

저자는 20여년 가까이 정 회장을 지켜봐온 변호사인 ‘모(Mo)’이다. 소설은 변호사’의 입장에서 정 회장으로 추정되는 ‘모터칸’(Motor+Khan) 회장을 지켜보는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모터칸이라는 이름은 자동차산업에서 업적을 남긴 정 회장이 징기즈칸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는 데서 나왔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차남이다. 외부에는 어눌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버지의 뚝심 DNA와 치밀함을 바탕으로 기아차와 한보철강 등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소설은 정 회장이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 인수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묘사한다. 2004년 한보철강 당진공장 인수는 정 회장이 아버지의 꿈을 대신 실현하는 ‘사건’이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철광부터 자동차 강판까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소유하게 됐다. 소설은 건설 중에 있던 제철소의 조감도를 살피는 모터칸 회장의 세심함을 부각시킨다. J변호사는 “모터칸 회장의 책상에 조감도가 항상 놓여있었다”며 “모터칸 회장이 사업진행을 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고 전한다.

J변호사가 회장과 손을 잡은 건 기아자동차 인수 과정에서였다. 소설은 미래모터스라는 자동차업체가 외환위기 과정에서 부도위기에 처한 국민모터스라는 기업을 1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인수 과정에서 1조5000억원의 세금이 나오자, 모터칸 회장은 세금 탕감의 방법을 찾고자 J변호사를 찾는다. J변호사는 세금이 국민모터스 인수자금보다 더 많은 것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세금을 절감받으면서 국민모터스를 정상화한다.

비자금 문제로 옥살이를 하던 정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뒤 사업차 인도에 방문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목도 나온다. 모터칸 회장은 J변호사에게 “선생, 내일 인도 출장가는 데 전용기 타고 가도 되겠나? 보석으로 나와 전용기 타고 여행 간다고 보도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한다.

책은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모터칸’ 회장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정 회장은 자신보다 아랫사람인 J변호사를 ‘선생’으로 부르면서 존중했다. 골프장에 자신을 마중나온 간부보다 휴일에 힘들게 홍보행사를 진행하는 직원을 더 아꼈다는 이야기, 정 회장과의 첫만남에서부터 진지하고 겸손함이 묻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롭게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나누려고” 책을 썼다고 말했다. 저자는 특히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지배도 받아봤고, 그 서러움이 무엇인지도 잘 안다”며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 ‘보다 자랑스런 사회’ ‘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가까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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