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수와 대학원생은 사제관계 아닌 주종관계”… ‘K-폭력’을 말하다
“한국에서 교수와 대학원생은 사제관계 아닌 주종관계”… ‘K-폭력’을 말하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7.14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사 앞에 ‘K’가 붙으면 자랑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제는 보통명사가 된 ‘K-팝’ ‘K-드라마’을 비롯해 코로나19 이후 한국 방역을 얘기한 ‘K-방역’ 등이 그렇다. K-시리즈는 산업계까지 확산돼 ‘K-반도체’니 ‘K-배터리’ 같은 표현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K-폭력’이라면 어떨까. 드러내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참담한 상징어가 된다. 최근 운동계와 방송계를 뒤흔든 ‘학교폭력’ 이슈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민낯이다. 어디 학교만 그럴까. 직장 내 따돌림과 폭력도 흔히 접한다. 이런 현상은 군대내에도 만연해있다. 단순히 공간뿐 아니라 시간상의 폭력도 존재한다. 고령노동자 등 취약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착취도 다반사이다.

뉴질랜드 출신인 트렌트 백스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K-폭력’으로 명명한다. 그는 “어떤 사회도 어두운 면을 보지 않고서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가보르 마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 사회를 ‘폭력’의 이슈로 들여다본다.

백스 교수는 “학교폭력은 실제로 가정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그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사회와 문화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청년 대 노인’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시민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든 간에 한국 시민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열, 권위, 착취, 불평등, 소외, 도덕적 무관심과 마주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학교폭력이 권력자들의 성범죄, 재벌들의 약자 괴롭히기처럼 구조적인 문제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그 중간 지점에 바로 ‘교수-대학원생’ 문제가 있다. 백스 교수는 이들의 관계를 ‘도비증후군’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도비는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캐릭터로, 마법사 가문에서 노예로 일하는 집 요정을 말한다. 즉 한국의 대학원생들이 교수들에 의해 ‘도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학생들이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수-학생 관계 때문이다. 백스 교수는 이들을 ‘사제관계’가 아닌 ‘주종관계’라고 말한다. 그는 이화여대의 사례를 콕 찍어 “이화여대에서는 대학원생들이 도비라는 단어를 이용해 ‘주인-노예’ 관계에서 하위계급에 놓여 있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었다”며 “이화여대의 ‘도비화된’ 대학원생들에게는 졸업장이 수여되어야 주인-노예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목할 점은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가하는 체벌의 대부분이 성범죄이고, 이 상황이 대중과 법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백스 교수는 “교수들이 학생의 교육과 미래를 그들의 손아귀에 쥐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수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어 범죄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워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2013년에 발생한 ‘남양유업 스캔들’ 2014년에 발생한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피해자에게 위협과 협박을 가하는 이런 형태의 괴롭힘은 피해자들이 강제로 빚을 지게 만들거나 이들을 노예화한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이 취약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착취로 나아간다는 점이 ‘K폭력’의 핵심이다. 그는 “간단히 말해 피해 경험은 K-폭력 사이클에 불을 붙인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피해는 피해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용채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박용채 070-4699-7368 pyc4737@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