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한빛 피디 어머니의 곡진한 얘기
“그저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한빛 피디 어머니의 곡진한 얘기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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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작가가 최근에 펴낸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은 청년의 죽음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윤동주부터 변희수까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거대 자본의 횡포에 의해 일찍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청년들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안치용은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이라며 “갖가지 폭압적 상황 의해 희생된 청년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2일 이선호씨가 평택항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3일 뒤에는 한강변에서 술을 마시던 의대생 손정민씨가 사망했다. 이씨의 사망에 무심했던 언론은 손씨의 사망에는 엄청난 양의 보도를 쏟아냈다. 신형철 평론가는 언론의 이런 태도를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는 없는 ‘미스터리’가 의대생의 죽음에는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대중은 한강 의대생을 ‘100번’ 검색하는 동안 평택항 알바생 ‘2번’ 검색했다. 한국은 이제 죽음마저 불평등한 나라가 된 것인가.

고 이한빛 피디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공식 홈페이지]

2016년 10월에도 한 청년이 죽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피디다. 그는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과 폭언에 시달렸고, 비정규직 해고 등의 업무를 강요받았다. 그는 그 상황에 의해 압살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견상으로는 자살이지만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이한빛 피디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아들의 부당한 죽음을 끝까지 기억하기 위해 최근 책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를 펴냈다.

책을 편집한 강소영 후마니타스 출판사 편집자는 “자식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쓴 책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도 알 수 없을 곡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서 “단순히 문학적 정서를 누리는 책은 아니다. 가장 개인적인 기록이 가장 공유할 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책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많은 질문들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은 김씨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에 연재한 글과 책을 펴내면서 새롭게 작성한 원고를 묶은 것이다. 한빛센터는 이한빛 피디의 유지를 이어 받아 2018년에 설립된 단체다. 방송사 및 미디어 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및 취약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 및 낡은 방송 제작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노동자의 죽음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산화한 노동 운동가 전태일의 죽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당시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한빛의 죽음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남겨진 자’들은 그들의 죽음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골몰해야 한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가 자식의 죽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여생을 노동운동에 바쳤던 것처럼, 김씨 역시 아들을 기억하기 위한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자인 노동자의 삶이 더 존중받았으면 하는 소망을 얘기하고 있다.

김씨는 <독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처음에 책을 낼 때는 아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는 데에 의미를 뒀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이 이야기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왜 죽었지?’ ‘그 죽음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지?’ ‘이런 죽음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등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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