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한 장 걸치지 않아도 나는 나”...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팬티 한 장 걸치지 않아도 나는 나”...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7.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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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어쩌다 누드모델이 됐어요?” 누드모델 하영은씨가 잊을만하면 듣는 말이다. 정말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동정과 안타까움의 의미가 더 강하게 묻어나는 질문이다. 의도를 살려 질문의 의미를 더 정확히 옮기자면, “어쩌다 남 앞에서 옷을 벗는 일을 하게 됐어요?”가 된다.

지난달 출간된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곰)는 하씨의 에세이집이다, 하씨는 이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한 한국의 첫 누드모델이자, 500명 넘는 회원을 갖고 있는 한국누드모델협회를 설립한 베테랑이기도 하다. 1988년 한 사진작가의 권유로 누드모델을 시작한 그는 30년이 넘은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벗은 몸’을 예찬한다. 인간의 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다. 자신의 몸을 통해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또한 인간이 가진 욕망 중 하나이다. 몸에는 그 사람의 나이와 성격, 욕망과 습관이 베어난다. 자신이 보살피지 못하고 있는 무의식을 몸은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누드모델들의 일이란 자신의 몸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는 일이다.

누드모델을 단순히 ‘벗는 모델’로만 생각하거나, ‘벗는 용기 하나만으로 그 일을 할 수 있지 않냐’고 물으면 그건 실례이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넘어가는 몸의 곡선을 아름답게 구현해낼 수 있는 신체, 창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는 이해력, 한 동작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체력 등을 필요로 한다. 한국누드모델협회에는 ‘대기중에는 반드시 가운을 입는다’ ‘작가와는 개인적인 친분을 쌓지 않는다’ ‘사적인 자리나 대화도 금한다’ 같은 원칙이 있다.

다소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유가 있다. 상대가 호의를 보였더라도 끝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고, 이는 다시 누드모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 생기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누드모델협회에서 누드모델 회원을 받아왔다. 몸매는 회원자격이 아니다. 실제 모델들 사이에서는 살집이 있는 모델도 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몸을 가진 이들도 많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협회의 문을 두드린다.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의 경험을 얻고자 했던 여든 나이의 은퇴한 CEO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지원한 목사도 자신의 몸으로 예술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다만, 성적 쾌감을 느끼려는 등 불순한 의도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가차없이 돌려보냈다.

그는 “누드모델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과 편견에 대한 항변, 의외로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누드모델의 역할, 그리고 내 육체를 마주보는 것이 나 자신에게 얼마나 실체적인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며 “누드모델로 활동해오면서 내가 깨달은 사실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옷을 벗어도, 팬티 한 장 걸치고 있지 않아도 ‘나는 나’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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