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한국 미술 학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영역별 벽이 크다는 것이다. 공동 전시회는 물론 전공자들 사이에 교류도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상호 이해도 낮다.
이런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오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서울 덕수궁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는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은 꽤나 흥미롭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통해 고대미술과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다양한 해석과 담론을 구체화했다. 윤범모 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고대미술과 현대미술 사이의 장벽을 부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윤 관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의 특징은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 ‘소박미’와 ‘자연미’의 자장 안에 갇혀있는 한국 미술을 끄집어내 우리 미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어디로 갈 것인지 가늠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전시인 셈이다.
배원정 학예사는 “한국미술을 특정한 경계를 나눠서 범주화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시대를 통과하면서 다양한 성격의 주체들이 만든 미술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위계나 정답이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경계를 나누지 않고 한국 미술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대표 문화재 10개의 테마를 선정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전통이 한국 근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과 의미는 무엇인지 탐구한다. 10개의 테마는 ‘고구려 고분벽화’ ‘통일신라 석굴암’ ‘고려청자’ ‘진경산수화’ ‘추사 김정희와 문인화’ ‘백자와 달항아리’ ‘단원 김홍도와 풍속화’ ‘혜원 신윤복과 미인도’ ‘민화’ ‘불화’ ‘기마인무형토기’ ‘신라금관’ 등이다. 이들 문화재들이 이중섭, 백남준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살펴본다.
전시는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이자 근현대 미술가들의 전통 인식에 이정표 역할을 해온 ‘성(聖, Sacred and Ideal)’, ‘아(雅, Elegant and Simple)’, ‘속(俗, Decorative and Worldly)’, ‘화(和, Dynamic and Hybrid)’등 4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도상봉 정물화 2점, 이중섭 은지화 1점, 박영선 유화 1점 등 이건희 소장품 4점이 특별 전시된다. 이와 별도로 전통미술과 근현대미술 연구자 44명이 참여해 한국미를 대표하는 문화재 10점을 중심으로 한 도록이 발간된다.
윤 관장은 “국보와 보물이 현대미술작품과 함께 전시된다”며 “관람객들이 다채로운 미감의 한국미술을 감상하며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