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읽으면 좋은 7권의 책
7월에 읽으면 좋은 7권의 책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7.03 0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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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수영, 이하 출판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에서 ‘7월 추천도서’ 7종을 발표했다. 

‘7월의 추천도서’는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김혜진, 원더박스, 2021) ▲『내 마음 ㅅㅅㅎ』(김지영, 사계절, 2021)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임승수, 우리학교, 2020) ▲『혼자의 넓이』(이문재, 창비, 2021) ▲『무당과 유생의 대결: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한승훈, 사우, 2021) ▲『상징권력과 문화: 부르디외의 이론과 비평』(이상길, 컬처룩, 2020)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일상을 만든 테크놀로지』(최형섭, 이음, 2021) 등 총 7종이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책나눔위원회‘는 출판수요 확대 및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그림책·동화 ▲청소년 등 7개 분야의 도서를 매달 추천사와 함께 소개한다.

책나눔위원회는 정수복 위원장(사회학자/작가)을 비롯하여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류대성(작가), 조경란(소설가),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표정훈(평론가) 위원이 참여한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김혜진 지음│원더박스 펴냄│312쪽│14,800원

 2012년 7월, 중학교 국어교사 김혜진 씨는 시리아 청년 압둘와합을 만났다. ‘한국 생활 적응을 도와달라’는 은사의 부탁을 받았던 것. 와합은 시리아에서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엘리트. 시리아와 한국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한국에 왔지만 모국은 민주화 혁명에 이은 전쟁으로 혼란에 빠졌고 가족은 난민이 될 처지가 됐다.
 와합은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제대로 하려면 단체가 필요하다는 김혜진 씨의 조언에 와합은 ‘헬프 시리아’ 단체를 만든다. 김혜진 씨도 참여했다. 한국에서 와합은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와 늘 마주한다. 와합의 SNS에는 “한국을 떠나지 않으면 죽이러 가겠다”는 댓글이 달린다. 길에서 와합에게 “테러리스트 아니냐?” “너희 같은 애들 때문에 정부가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한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왜 우리가 시리아를 도와야 하는가? 저자 김혜진 씨는 “그냥 당신의 마음이 가는 곳을 도우면 된다”라고 답한다. “자신의 마음이 기우는 곳을 돕고 그곳의 어려움을 알리며 함께하기를 주변에 권하다 보면, 처음에는 아주 미약한 것 같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모여든다. 그리고 나중에는 함께 큰일도 할 수 있게 된다.”
 책 각 장 끝에는 시리아인의 관점에서 시리아 역사·전쟁·문화 등을 설명하는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리에게 아랍·중동은 물론 시리아는 여전히 낯설다. 이슬람, 전쟁, 난민, 독재 등등 단편적인 인상만 갖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시리아를 좀 더 가깝게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와 다른 타자(他者)에 대한 관심과 배려, 나아가 환대가 왜 필요한 지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한다.  - 표정훈, 평론가

『내 마음 ㅅㅅㅎ』
 김지영 지음│사계절 펴냄│44쪽│13,000원

 ㅅㅅㅎ이라는 한글의 자음으로 얼마나 많은 단어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지. 시시해, 수상해, 섭섭해, 속상해… 이는 김지영 작가의 그림책 『 내마음 ㅅㅅㅎ』의 어린 주인공이 만든 단어들이다. 
 첫 장을 열면 모든 것이 다 시시한 아이가 등장해 ‘시시해’라고 말한다. 이어 아이는 무얼 해도 마음이 ‘싱숭해’지고, 누군가 자기 마음에 무슨 짓을 했는지 ‘수상해’하고, 모두 자신만 빼고 노는 것 같아 ‘섭섭해’하고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줘 ‘속상해’한다. 이렇게 속상한 아이의 마음이 ‘ㅅㅅㅎ’ 글자 놀이와 맞물려 절묘하게 풀려나간다. 말을 못해 ‘소심해’하고, 혼자 노니 ‘심심해’하고. 아이는 외친다.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하지만 심심하고 섭섭하고 소심하던 아이는 ‘ㅅㅅㅎ’를 ‘상상해’로 바꾸면서 전혀 다른 단계로 올라간다. 아이는 넓은 상상의 세계에서 ‘소소해’로 시작해 ‘신선해’를 거치더니 드디어 자음을 비틀어 세상이 ‘궁금해’, 맛있는 것을 ‘냠냠해’로 나간다. 이어 ‘씩씩해’지고, 결국 ‘쌩쌩해’에 이른다. ‘시시해’에서 시작해 자기 힘으로 결국 ‘쌩쌩해’에 이르다니 놀랍고 또 놀랍다. 옆에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된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글자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자기 마음을 보고, 표현하게 한다. 아무도 나와 놀아주지 않으면 섭섭한 거구나, 내가 속상한 건 누구도 내 마음을 몰라줘서구나 하는 식으로. 어쩌면 아이들이 그림책 주인공처럼 힘을 내 쌩쌩해져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귀한 종합놀이세트이다. 글자놀이가 즐겁고,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소중하다. 그림책을 다 읽은 뒤, 아이와 함께 ‘ㅅㅅㅎ’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글자놀이를 하면 좋겠다. 항상 같이 있어도 쉽게 보이지 않는 아이의 마음이 보일 것이다. 아이와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 이 그림책이 마련해줄 것이다. 분홍과 파랑 투톤으로 그린 그림도 유쾌하다. - 최현미, 문화일보 문화부장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
 임승수│우리학교│180쪽│13,000원

 너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서로 다른 빛깔과 향기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먹거리와 잠자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라는 데 왜 매일매일 근심 걱정이 쌓여만 갈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부딪치는 문제는 크게 ‘개인’과 ‘사회’로 나눌 수 있다. 서로 다른 성격과 상황, 공동체 운영방식과 구성원들의 갈등 등이 대체로 그렇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돈’과 관련된 고민과 걱정은 ‘개인’과 ‘사회’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하고 심각하다. 어느 시대, 어떤 국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욕망이 충돌하고 이해가 상충하며 갈등이 증폭될 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해결책을 찾는다. 더 나은 미래,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
 임승수는 공기처럼 숨 쉬는 경제 제도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알기 쉽게 비교한다. 가상 인물인 나소유와 오평등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단점을 설명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저자는 ‘부르주아 ver.’과 ‘체 게바라 ver.’으로 변신한다.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 정답을 제시하는 꼰대 짓도 삼간다. 두 사람의 열띤 토론과 논쟁을 지켜보며 적절하게 정리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본주의가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사회주의에도 받아들일 만한 요소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뉴턴 역학의 한계와 오류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보다 뉴턴 역학을 제대로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의심하고 질문하고 고민하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조금 더 나은 삶,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 가장 본질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 류대성, 『읽기의 미래』 저자

『혼자의 넓이』
 이문재│창비│208쪽│9,000원

 팬데믹 시대를 살면서 어쩌면 이런 시집을 기다려왔던 것도 같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여행을 가지 못해도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체념이 커질 때. 누군가와 무엇을 같이 했던 기억들이 사라지려고 한다. 혼자인 게 자연스럽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 이토록 익숙해진 적이 있었나.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한참을 서 있다가 책을 한 권 샀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시집을 펼쳐 든다.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처음 만든 마음을 생각한다/ 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도 생각한다” 시집을 조용히 덮었다. 조금씩 천천히 아껴서 읽어야 하는 시집이구나, 싶은 마음에. 그리고 차창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에 대해서. 나를 잊지 말라는 그 말에 대해서.
 팬데믹 시대에 시인은 혼자 지내야 하는 이들을 ‘혼자’라고 명명(命名)했다. 「우리의 혼자」라는 시의 전문을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혼자는 바쁩니다/ 친구를 만나지 않는 것도 혼자/ 그러면서도 혼자는 자기가 혼자라는 걸 누구한테 들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혼자 주변에는 온통 혼자입니다/ 혼자는 늘 혼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혼자들도 다 알고 있지만/ 서로 다들 혼자이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습니다(중략)”. 이 수많은 혼자들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 입구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그리고 존이구동(存異求同)이라고 쓴 붓글씨가 걸려 있다고 한다. 
 『혼자의 넓이』는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로 그 뛰어난 시적 감각을 인정받은 이문재 시인이 칠 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혼자서는 깨닫기 힘든 혼자의 팬데믹”의 세계를 깨끗하고 다정한 시어로 구축해 보여준다. 시집을 다 읽고 나자 이런 바람이 생긴다. 시인이 이제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명명법으로 시를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더불어 사는 혼자’에 대한 대화가 필요한 때가 돌아온 듯하니. 이 시집의 맨 끝에는 이런 시가 수록돼 있다. 「혼자가 연락했다」. 누구에게든 연락 한번 해야겠다. 혼자 있을 혼자에게. 안부를 묻고 밥이나 한 끼 같이 먹는 게 어떠냐고. 여름에는 시(詩)를 읽는다. 뜨거움과 차가움, 태양과 그늘에 대해 생각하듯이. - 조경란, 소설가

『무당과 유생의 대결: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
한승훈 지음│사우 펴냄│280쪽│18,000원

 이 책은 조선사회의 유교화 과정을 종교사적인 관점에서 우상파괴 및 성상파괴의 기획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책이다.
 알다시피 조선은 철저한 유교사회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서부터 백성들의 개인적인 삶에 이르기까지 유교는 500년의 역사동안 조선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반면 고려시대에 번성했던 불교는 억불숭유 정책으로 말미암아 크게 쇠퇴하고 민간의 무속신앙은 성리학적 질서의 억압을 피해 겨우 명맥을 이어갔다. 이것이 우리가 조선의 종교사에 대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또 하나의 사실은 한국이 매우 종교적인 사회라는 점이다. 전국 곳곳에 교회 십자가가 있고 산이나 도심에는 절을 볼 수 있으며, 또한 곳곳에는 역술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점집들이 있다. 한국사회의 종교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수천 년을 이어온 것이라는 점, 이것 역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사대부들이 추구했던 유교화 과정은 실패했던 것일까?
저자는 이런 의문에 대해 이 책에서 흥미로운 답변을 제시한다. 그것은 우선 유교화의 과정 자체가 유교에 입각한 학문과 통치의 질서를 세우는 기획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종교화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유교화는 한편으로 불교와 도교, 다른 한편으로 무속신앙을 배제하는 유일한 종교로서의 유교를 구성하려는 기획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획은 이단적인 다른 종교들의 우상을 파괴하는 과정을 포함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교 내부의 성상을 파괴하는 작업도 수반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획은 의도와는 달리 철저하게 수행될 수 없었던 것인데, 왜냐하면 많은 대중들만이 아니라, 일종의 종교 개혁을 시도하던 유자들 자신이 일상에서는 불공을 드리기도 하고 또 무속 의례에 의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의 종교사가 유교와 무속의 이중구조를 띠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구조는 오늘날 한국의 종교적 특성을 이룬다. 권위주의적이면서 기복적인 신앙의 모습이 그것이다. 
흥미롭고 중요한 주제를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다보면 유교사회로서 조선사회의 복합적인 특성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종교적 특성 중 상당 부분이 조선시대에 일어난 변화에서 기인한다는 통찰은 덤이다. - 진태원,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상징권력과 문화: 부르디외의 이론과 비평』
이상길 지음│컬처룩│408쪽│22,000원

 일과 여가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여가의 시간은 영화관,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여가는 각자 자기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소비 활동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예술에 대한 논의를 쉽게 풀어 내보이고 있다. 구별짓기, 문화자본, 아비투스, 상징폭력, 장 이론 등 부르디외가 만들어낸 개념들은 오늘날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있는 교양 대중 사이에 널리 쓰이고 있다. 개인의 몸과 마음에는 문화예술 활동에는 출신 가족, 지역, 학교, 계층 등이 남긴 보이지 않는 흔적이 남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책은 ‘있어 보이기’ 위한 과시적 문화예술 활동을 넘어 자기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주체적인 미적 취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유용한 성찰의 도구다. 이 책은 경제력과 권력의 지배 밑에 숨어있는 문화자본과 상징권력의 부드러운 지배를 폭로하고 세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려는 문화예술인들에게 필독서다. 책은 후반부로 가면서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대중언론 매체들의 내부적 작동 메커니즘을 드러내고 미디어와 정치권력의 관계를 부르디외의 비판적 시각을 통해 보여준다. 책의 맨 끝에는 “내가 사회 세계를 견뎌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제목으로 저자와 부르디외 사이의 가상 인터뷰가 실려있다. 참고로 프랑스 유학파인 문화학자 이상길은 20여 년 이상 부르디외를 섭렵한 한국 최고의 부르디외 연구자이다. - 정수복, 사회학자/작가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일상을 만든 테크놀로지』
최형섭 지음│이음 펴냄│264쪽│16,000원

 과학은 이해를 목적으로 하지만, 기술은 실용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흔히 “과학기술”을 하나의 단어로 사용하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르다. 기술은 과학을 전제로 하지만, 과학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과학이라기보다는 기술이다. 이 책은 “일상을 만든 테크놀로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기술에 대한 책이다. 그 기술은 마스크에서 출발하여 백신으로 끝나는데 그 중간에 있는 기술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담배, 우유, 라면, 전기밥솥, 컴퓨터, 에어컨, 전력망, 수돗물, 아파트, 마천루, 터널, 지하철, 모델T와 자동차, 라디오, 반도체와 진공관, 무선호출기, 스마트폰, 인공지능, 원자폭탄, 챌린저호 폭발, 후쿠시마 원전사고, 세월호 침몰, 유전공학, 전기자동차 등이다. 한마디로 20세기에 우리 한국인의 삶을 바꿔놓은 기술을 대부분 포괄하며, 이 기술이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저자 개인의 체험이 녹아 들어간 기술사의 맥락에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기술은 과학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 생활, 사회의 구조, 경제 등의 영향을 깊이 받으며, 또 역으로 이러한 욕망과 사회생활에 심오한 변화를 촉발하기도 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는 그러므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이 책은 작고 그리 두껍지도 않지만 읽다 보면 과학기술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현대인에게 과학기술은 삶, 그 자체다. - 권복규, 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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