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과 실력이 아닌 ‘착각’이 대박을 안겨준다면
운과 실력이 아닌 ‘착각’이 대박을 안겨준다면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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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의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 테러 정책에 대한 지지였다. 흥미로운 것은 테러 정책뿐만 아니라 부시의 다른 정책 지지율도 덩달아 올랐다는 점이다. 경제 정책 지지율만 놓고 보면 47퍼센트에서 60퍼센트로 급상승했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착각하게 하는 힘』의 저자이자 기업가인 후루무다는 이를 ‘사고 착각’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이 세상은 사고 착각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상대의 외모가 출중하다면 상대의 성격과 인성, 경제력 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외모가 뛰어난 정치인은 정치 수완, 인성, 정책 등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받는다. 후루무다에 따르면 사고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예는 주변에 널려있다. ‘주식회사 OO상사의 영업 부장으로 일했습니다.’ ‘월간 조회수가 300만인 블로거입니다.’ ‘유명한 OOO씨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편집자입니다.’ 등 숫자로 이루어진 실적은 늘 사고 착각을 만들어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숫자로 나타난 실적은 상사, 동료, 부하, 고객이 일정부분 역할을 했을 수 있지만 타인에게는 당사자 혼자 일궈낸 성과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후루무다는 이를 무의식으로 설명한다. 그는 “‘무의식’이 ‘의식’의 모르는 곳에서 정치 수완, 인성, 정책에 대한 평가치를 변경했을 뿐”이라며 “‘의식’은 모르고 있으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이 멍청해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후루무다는 한발 나아가 ‘사고 착각’에 이어 ‘착각 자산’이란 개념까지 도입한다. 그는 “‘당신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사고 착각 중 당신에게 유리한 것’이 일종의 자산으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몇몇 사고 착각이 서로 곱해지면 엄청난 위력의 착각 자산이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착각하게 하는 힘』은 바로 그 착각 자산을 설명하는 책이다.

그의 주장은 사람들이 통상 알고 있는 인지편향이나 플라세보 효과를 앞서 나간다. 그는 “착각 자산을 의식적으로 늘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착각 자산의 증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며 “운과 실력만으로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는 착각에 인생의 성패여부가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후루무다의 이런 주장은 ‘세상사 중 상당수가 착각에 의한 것’이라는 보편적 생각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운은 더 큰 운으로 이어지고, 실력조차도 착각이 거듭되면 실제보다 더 큰 실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착각’이나 ‘착각 자산’의 효과는 얼마나 지속될까. 부시 대통령의 정책 지지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인성이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잘생긴 외모만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성과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본질이 아닌 것은 금방 알아챈다. 여담이지만 『착각하게 하는 힘』의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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