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젊은 영혼들에 빚진 한국 현대사…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
[리뷰] 젊은 영혼들에 빚진 한국 현대사…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6.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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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역사가 변곡할 때 누군가는 희생된다. 혹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역사는 변곡된다. 죽음과 변곡은 서로 앞서거니 뒷선다. 죽음은 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나라를 뒤흔들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망국의 땅에서도 문학의 가치를 놓지 않았던 시인 윤동주가 그렇고,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산화한 열사 전태일이 그렇다.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시민 모두가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를 바랐던 대학생 이한열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죽었지만 여전히 우리들 마음에 살아있다.

안치용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ESG연구소장과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의 젊은 저널리스트 14명이 국가와 자본의 횡포 아래 희생된 청년을 다룬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내일을 여는 책)을 펴냈다. 책은 일제식민시대, 광복, 분단, 한국전쟁, 독재, 혁명, 산업화, 민주화 등 한국 현대사에서 변곡점에서 스러졌던 청년들을 스물아홉 가지의 주제(인물 혹은 사건)로 나눠 기록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낯선 이름도 적지 않다. “김철호는 불안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냈다. 잠결에 인기척을 느껴 눈을 뜨자 7명가량 거구의 서슬퍼런 눈빛이 보였다. 집밖으로 끌려오는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반민특위 조사원 김철호) “살아남은 4명의 부대원은 군사재판에서 억울함을 알리려 노력했지만 군 수사시관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 이들의 사형집행은 가족에게 통보되지 않았고 시신은 불법매장됐다”(실미도 부대원), “열네살의 꽃다운 나이에 외국군 장갑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둘이 세상을 떠난뒤 달라진 것은 지방도로의 폭이 75㎝ 확장된 것이었다”(신효순, 신미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였다.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 구조에 책임과 안전에 공백이 생겼다. 이 구조의 희생양이었다”(구의역 김군)

책은 이 밖에도 유신체제의 몰락을 재촉한 여공 김경숙, 구로공단의 전태일로 불리는 박영진, 입사 두달만에 수은중독으로 쓰러진 문송면을 비롯해 최근 사회문제화 된 군인 변희수 등의 죽음까지 다루고 있다.

변희수는 지난 3월, 스물세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2016년 육군 하사로 입대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젠더 정체성 혼란을 겪다가 2019년 신체적 성별과 정신적 성별이 다른 ‘젠더 디스포리아’ 진단을 받고 그해 11월 소속 부대의 승인 아래 성 확정 수술을 받았다. 이후 12월 정상 복귀해 군 최초의 트랜스젠더 부사관이 됐다. 하지만 군은 변희수를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한다며 현역복무 부적합 판결을 내렸다. 군복무를 희망했던 변희수는 집으로 돌아갔고, 행정소송 첫 변론 기일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런 점에서 출판사가 밝힌 ‘원통한 죽음에 대한 애끓는 조사’라는 평가는 적절하다. 특히 이 책은 오늘을 사는 청년들의 눈으로 역사 속 청년들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력’을 보여준 역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저자인 김유라는 “누군가의 죽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체감했다”며 “모두가 순간순간 용기를 냈기에 이 책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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