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가히 ‘이준석 현상’이다. 설마 하던 게 기정사실이 되면서 돌풍을 넘어 현실이 됐다.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소셜 빅데이터 언급량에서도 어지간한 대권후보들을 제쳤다. 과연 한국 정치에 새로운 판도가 짜일 것인가. 이준석 현상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변화를 바라는 보수진영의 절실함 그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의 시대정신과 정치철학은 뭔가. 2019년 출간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준석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다.
“정치의 역할?” 그는 “모두가 완벽하게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나 정규직 전환은 지속 불가능하며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실업급여, 재취업 프로그램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 대목은 그간 여야 가릴 것 없이 얘기한 것들이어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그의 ‘공정 경쟁’을 상징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실력주의는 그의 상징어나 다름없다. 그는 책에서 “기본적으로 실력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나를 ‘엘리트주의’라고 비난한다고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교육 강화를 거론한다. 고교를 포함한 중등교육 의무화와 학업, 성취도 평가 재개, 국‧공립대 지원 강화 등이 그가 내놓는 대책이다.
이런 주장의 논거는 이준석 자체이다. 그는 서울 목동 아파트에 살면서 입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해 실력으로 과학고를 갔고 미 하버드를 다녔다고 얘기한다. 어린 시절 싱가포르에서 살았던 경험은 입시는 물론 유학 시절 언어 문제 해결에 크게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그를 야구경기에 빗대 ‘3루에서 출발한’ 인생이라고 꼬집는다. 그의 옹호론자들은 “누구처럼 아빠 찬스로 경계를 넘은 것도 아니다. 좋은 집안과 엘리트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페미니즘 그리고 이와 연관한 할당제는 논쟁지점이 많은 분야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페미니즘 진영이 시시각각 자신들이 유리한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여성 해방은 ‘과학기술의 진보’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복잡해진 성평등 정책이 더 많은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며 ‘여성 할당제’ 등 법과 제도로 남녀의 차이를 보정하려는 정책적 시도를 비합리적이라고 규정한다. 역사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제도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과학의 진보는 여성들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렸다는 주장도 곁들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할당제가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잠정적 조치라는 지점을 간과한 측면이 존재한다. 군 복무 문제의 경우 본질인 징병제나 고용정책은 놔둔 채 여성우대가 문제라는 식의 접근은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는 차별 감각만 조장한다. 그를 두고 공정의 아이콘이 아니라 되레 역차별의 아이콘이라는 주장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의 행동을 트럼피즘(Trumpism)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그는 “정치인은 한 사회의 예민한 사안 혹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치적인 실리에 상관없이 소신 있게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인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대한 직무 유기”라고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완곡 화법을 쓸 줄 몰라 안 하는 게 아니다”며 “공감으로 집권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사회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제 지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