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파킨슨 그리고 레비소체... 『오작동하는 뇌』
알츠하이머, 파킨슨 그리고 레비소체... 『오작동하는 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6.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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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낯선 사람이 내 침대에 누워있는 듯한 환시가 보인다. 아무도 없는 집 안에 누군가 물건을 뒤적거리는 환청이 들린다.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궈도 이내 한기를 느낀다. 익숙한 거리를 낯설게 하고, 몇 분 전의 일도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레비소체 인지저하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레비소체 인지저하증은 뇌 신경세포에 단백질 덩어리가 축적되면서 기억력과 감각 등 뇌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증상을 말한다. 인지저하증에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레비소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도 레비소체는 알츠하이머에 이어 두 번째 흔한 증상이다. 다만 알츠하이머가 인지저하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레비소체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책 『오작동하는 뇌』(다다서재)는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환자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가감없이 풀어낸다. 저자는 이 병을 앓고 있는 일본인 히구치 나오미다. 50세에 비로소 병명이 무엇인지 알게 된 저자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환각, 후각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등 다양한 장애를 겪고 있지만, 꾸준히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인지저하증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고 다른 당사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저자는 뇌의 오작동보다 견디기 힘든 건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이었다고 밝힌다. 사실 레비소체 인지저하증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증상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며 다른 질병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자신을 대입해서 바라보곤 했다. 보통 인지저하증 환자라고 하면 중증 알츠하이머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한번은 용기내서 방송 취재에 응했지만 인지저하증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을 뻔했다. 인지저하증 환자라면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기도 하는 증상이 눈에 보여야 하는 데 그렇지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와 사회를 갈라놓는 것은 단순한 무지와 근거 없는 편견이 아니라 전문가의 냉혹한 해설”이라며 “그것은 병의 증상보다도 훨씬 무겁게 우리를 억눌러왔다”고 말한다.

저자가 직접 레비소체 인지저하증에 대해 설명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대중 강연을 나서기 시작했다. 각종 미디어에 출연해 전문가들이 간과한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환자들의 진짜 삶을 전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를 긍정하기까지의 경험, 몸의 이상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감각에 이상이 있으면 집에서 잠시 쉬면 되고, 기억 장애는 메모로 보완하면 된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저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타인과 다른 좀 이상한 면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며 “누구나 이상한 면을 지닌 채 괴로워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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