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낭만적이라고? 천만에... ‘섬 박사’ 신순호의 도발적 제언
섬이 낭만적이라고? 천만에... ‘섬 박사’ 신순호의 도발적 제언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6.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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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육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섬은 낭만적인 공간이다. 해안의 절경, 끝없는 수평선, 싱그러운 바다내음 등은 섬을 휴양지로 상상한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고립의 느낌이 더 강하다. 거센 비바람과 파도는 일상이다. 교육‧문화‧의료 시설의 부재는 섬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육지인들은 우리나라의 섬이 하와이처럼 낭만적이길 원하지만, 정작 섬 사람들은 열악한 현실에 신음한다.

과연 한국에 섬 정책은 있는 건가. 신순호 목포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섬 정책의 현재와 미래』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신교수는 섬에 대해서는 한국 최고 권위자이다. 1982년 청주대 교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섬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으니 벌써 40년째다. 그간 펴낸 책만 『도서지역의 주민과 사회』(2001) 『섬과 바다-어촌생활과 어민』(2005) 『섬과 바다의 문화읽기』(2012) 등 여럿이다. 섬에서 나고자란 학창시절의 경험은 저자의 문제의식의 기반이 됐다. 저자는 “여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의 섬에서 살아온 치열한 삶의 경험이 섬 연구 시작의 바탕으로 자리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할 사항은 섬에 대한 정의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의한 정의에 따르면 섬은 ‘물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시 수면상에 노출돼 있으며, 수면에 둘러싸인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지역’이다. 하지만 각국에서는 섬의 정의에 대해 각자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섬에 대한 일관된 정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섬의 숫자 통계도 부처마다 다르다. 행정자치부의 ‘도서백서’(2010년)에는 3,339개로 적시돼 있지만 해양수산부의 ‘무인도서 실태조사’(2006년)에서는 3,169개, 국토교통부의 ‘지적통계연보’(2016년)에는 3,677개로 돼있다. 섬에 대한 모호한 태도는 정책의 미흡함으로 이어진다.

섬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섬 마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낮은 출생률로 인해 점차 감소추세에 들어가고 있지만, 섬의 경우에는 이러한 추세 이전부터 이미 높은 인구 감소율을 보였다. 2017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섬의 인구변화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와 독도를 제외한 전국 유인도서(有人島嶼) 469개 가운데 63개 섬의 인구가 50년 이내 ‘0’명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1988년부터 여러차례 도서종합개발계획을 시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민소득의 향상, 주 5일제 도입, 관광수요 대폭 증가 등의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섬에 대한 관광 수요가 증가했지만, 섬 인구감소와 낙후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자는 섬이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 섬 사람들의 의식을 제대로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28.4%가 생업 때문에 섬에 머물고 있으며, 가장 큰 문제로 불편한 교통을 꼽았다. 섬이 여전히 고립의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여전히 인구규모가 작은 섬들은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정책을 통해 정주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섬에서의 안정적인 소득 구조, 기초 생활 인프라, 해상 교통권 등이 섬 사람들의 삶에 충분히 보장돼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신교수는 과거사 문제 등 일본에 못마땅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지만 섬 정책만은 참고할 대목이 많다고 말한다. 일본은 섬이 7,00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생활여건이 잘 정비돼 있고 자연환경이 양호하다. 각 섬마다 독특한 지역 특산물이 있으며 문화가 비교적 잘 전승되고 있는 편이다. 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정책을 짠 결과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1953년 이래 계속 시행해온 일본의 ‘이도진흥법’은 교통체계 정비, 생활환경 정비, 의료 시설 확보, 관광 개발 등 주민 생활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 구리 제련소였지만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나오시마’와 섬 사람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 곧 관광상품이 되는 ‘아마쵸’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은 현재 우리나라의 섬 정책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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