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의 책 한 모금] 생활은 편해졌지만, 삶이 힘든 진짜 이유
[서믿음의 책 한 모금] 생활은 편해졌지만, 삶이 힘든 진짜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5.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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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 사회에서 민주 사회로의 변화는 많은 진보를 이뤄냈다. 신분 차별이 철폐됐고, 자유가 주어졌다. 이론적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직업 선택에 제약이 없다. 형식론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기회 평등도 실현됐다. 하지만 삶은 더 힘들어져 보인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건국대대학원 교수는 “근대에 들어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고 그 선택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고민이 늘어났다”고 진단한다.

하지현 교수

마음의 여유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심리학이 주목받고, 그에 따라 마음 치료사들도 많아졌다. 하지현 교수도 그중 하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건국대학교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현대인의 마음 회복을 돕고 있다.

하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만을 치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책을 도구로 아픔을 지닌 사람들의 자기 이해를 도와 신속한 일상 회복을 권면한다. 저서도 열손가락을 넘는다.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창비), 『그렇다면 정상입니다』(푸른숲) 『고민이 고민입니다』(인플루엔셜), 『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창비)와 같은 심리 서적뿐 아니라 과열된 교육열을 지적하는 『공부중독』(위고), 평소 독서 일상을 담은 『정신과 의사의 서재』(인플루엔셜) 등을 냈다. 하 교수는 다독가로도 알려져있다, 독자신문 인터뷰에서는 책에서 읽은 내용을 메모앱에 기록한 뒤 키워드를 붙여 집필 자료로 사용한다고 다작 비결을 밝힌 바 있다. 책을 어떻게 읽고 소화하고 배출하는지는 저서 『정신과 의사의 서재』에 잘 담겨있다.

인간의 심리를 다룬 여러 책 중 『고민이 고민입니다』는 인상적인 가르침을 많이 담고 있다. 먼저 결정장애. 하 교수는 “(고민이 많은 사람은) 가장 완벽한 해법을 원하기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고민의 공회전을 한다”며 “현대인 다수가 지금의 나를 믿지 못하면서 완벽하고 무결점의 이상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한다. 결정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 다수는 지식을 무한정으로 쌓는 ‘지식화’를 방어기제로 사용하기 마련이다, 하 교수는 “강박적인 몰입은 일시적으로 불안, 우울, 후회 등의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해주지만 몰두가 끝난 뒤에는 되레 쓰레기더미 같은 정보만 남아 있기 일쑤”라며 “이를 기반으로 다시 판단을 해야 하니 진짜 결정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라고 분석한다. 최대 혜택으로 최저가를 획득하고야 말겠다는 강박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 교수는 심리학에 과도하게 의탁하는 태도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심리학 도서가 마음이 아픈 원인과 해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문제의 원인을 심리학에서 찾으려 하는 ‘심리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꼬집는다. 하 교수는 “(심리학에 과몰두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의 현재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정당화와 합리화에 더 많은 에너지와 관심을 집중시킨다”며 “이런 종류의 심리화 고민이 깊어질수록 상처를 후벼파는 듯한 아픔만 생생하게 느껴지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멀어질 뿐”이라고 우려한다. 아울러 “이런 사람들은 내면의 깊은 성찰을 통해 ‘진짜 자신’을 발견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진짜 문제를 발견해 이 모든 괴로움을 단번에 끝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고민만 깊어지고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만 쌓이게 된다”고 충고한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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