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신상털기’는 이미 일상화된 지 오래이다.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당장 한강 공원에서 숨진채 발견된 손정민씨의 친구 B씨가 신상털기에 고초를 겪고 있다. 네티즌 수사대들은 범죄나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신상을 밝히기에 열심이다. 대체로 명분은 사회 정의 구현이다.
책 『정의 중독』(시크릿하우스)은 뇌과학적 관점에서 이런 이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저자는 일본 뇌과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나카노 노부코이다. 일면식도 없는 상대에게 비난과 욕설을 퍼붓고 완전히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마음 속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걸까. 나카노는 이를 ‘정의 중독’이란 말로 설명한다.
나카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내릴 때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쾌락 등을 관장하며 뇌를 흥분시키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은 사람들의 감정이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는 ‘정의 중독’이 특정인의 얘기가 아니라, 누구나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의의 기준이다. 사안에 따라 이 기준이 달라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각자마다 다른 이해관계와 정의관을 들고 타인의 정의관이 잘못됐다고 꼬집는 일은 잦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속한 집단 외의 것은 불편하게 바라보는데, 자신의 집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집단을 공격하는 행위를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정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악인으로 규정짓는다. 정의감에 중독된 사람들끼리의 갈등은 혐오전 양상으로 치닫는다.
실제 확증편향은 자기만의 정의관을 더욱 강조한다. 인터넷은 이미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인터넷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새로운 뉴스를 접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것은 필터에 걸러진 정보일 뿐이며 자신의 세계는 매우 한정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의 중독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메타인지’라고 나카노는 말한다. 이는 분석적 사고와 객관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전야 노화를 막을 때 가능하다. 전두전야가 노화되면 과거의 기억을 미화하기 십상이다. 흔히 “그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에 자주 잠긴다면 뇌가 노화했다는 신호다. 새로운 길을 걷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전두전야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