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들은 왜 부하직원과의 대면을 강요하는가
직장 상사들은 왜 부하직원과의 대면을 강요하는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5.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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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이 본 공간과 권력의 상관관계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과거 미래학자들은 비대면 시대를 예견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역시 저서 『제3의 물결』을 통해 사람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도시를 떠나 숲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런 예측은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바로 인간의 권력 욕구이다. 다수의 직장 상사는 비대면 업무가 가능함에도 부하 직원을 눈앞에 두고 감시하려 들면서 (코로나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 대면 업무가 주를 이뤘다. 유현준 건축가는 책 『공간의 미래』(을유문화사)를 통해 그런 공간과 권력의 상관관계에 주목한다.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시대가 열렸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변화의 소용돌이가 우리 사회를 덮쳤는데, 유 건축가는 그중 하나로 ‘권력 구도 재편’을 지목한다. 권력 구도 재편의 대표적인 사례는 학교다. 현장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학생들은 더이상 교실에 모여 교단에 선 선생님을 바라보지 않게 됐다. 수업이 강제하는 시공간적 제약이 느슨해지면서 “관리자(교사)의 권력”은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기존의 학교 건축 공간이 만들었던 권력의 구조를 깨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력관계의 변화는 종교시설에서도 발생한다. 유 건축가는 집단에 속하기 원하는 인간의 속성을 근거로 “큰 예배당에서 나 이외에 주변 999명의 사람들이 앞에서 설교하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있으면 그 말씀의 권위를 거역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한다면 종교 단체의 권력과 공동체의 구성은 약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밀폐된 시공간을 공유하면 결속력이 강해”지는데 “전염병으로 하나의 시공간에 모이기 힘들어지면서 이러한 조직들이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종교가 알맹이 없이 이런 심리적 자극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건 않는다. 저자는 “기독교의 경우에도 예수 스스로 자신을 희생한 것이 기독교 교리와 권위의 핵심이자 기초다. 본질을 잃고 공간적 외향만 남은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종교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물음과 사유가 중심에 있다. 오히려 코로나는 종교가 더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택근무나 분산근무에 따른 업무 공간 변화는 “공동체 의식 와해”는 물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기 쉽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어 거대 사옥도 사라지고 같은 시공간을 나누는 출근문화도 없어진다면 회사는 거대한 프리랜서의 집단과 같아질 것”이라며 “흩어진 개인들을 묶을 수 있는 방법은 기업 철학밖에 남지 않는다. 재택근무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기업 철학이 없는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학교, 사무실, 종교시설 등 기존 집합 장소가 지닌 초점이 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퇴근 후나 주말에만 머무르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공간, 그중에서도 발코니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집의 실용 면적을 늘리기 위해 발코니를 없애고 거실 면적을 넓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외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개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외부와의 접촉면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옷을 차려입고 내려가야 하는 아파트 정원보다) 세수도 안 하고 나갈 수 있는 내 집 발코니가 훨씬 더 쓸모가 많다.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사적인 외부 공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파트 정원보다는 나의 발코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19세기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라며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 년 후의 인류 역사를 결정하는 거룩한 책임을 짊어진 세대”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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