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에서 답을 찾는 미래 도서관이다”
“우리는 책에서 답을 찾는 미래 도서관이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5.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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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관 76년 국립중앙도서관 ‘100년의 역사’ 향해 대변신
-장서 1,300만권에 사서 197명, 국내 최대 도서 수장고
-오디오북 발행, 우편 복사에 인공지능 검색까지
-수집 보존 역할 넘어 사람과 정보 연결 통한 재도약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사진=국립중앙도서관]

■ 시리즈 기사 연재 순서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우리 경쟁상대는 댄스연습실, 공연장, 놀이동산“
그들이 있기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존재한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허준의 『동의보감』이 3D 형태로 눈 앞에 펼쳐진다. 어디 그뿐인가. 조선 후기 무예 교범인 『무예도보통지』, 조선 후기 전국의 목장 정보를 담은 『목장지도』(보물 1595호)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국립중앙도서관 수장고 자료가 대형화면에 표시된다.

실감서재에서 선보인 3D북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실감서재에서 선보인 3D북 [사진=국립중앙도서관]

『목장지도』 속 말들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드러내고, 『수선전도』 속 옛 지명을 선택하면 서울시의 현재와 과거 모습이 비교 표시된다. 지난 4월 23일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이 선보인 ‘실감서재’ 관람 풍경이다.

해방되던 1945년 10월 15일 세워진, 국내 최장 역사를 간직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요즘 테마는 미래다. 국가 대표 도서관으로, 납본제도를 통해 국내 출간서 모두를 수집·보존하는 ‘기록’의 역할을 넘어 이제는 미래 도서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 도서관에서 로봇 사서가 책을 추천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미래 도서관에서 로봇 사서가 책을 추천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최근 선보인 ‘미래 도서관 특별전’에선 AI 추천 서비스가 등장했다. 시대 배경은 30년 뒤인 2051년. 도서관에 들어서니 로봇 사서가 다가와 방문객 스캔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도서를 추천한다. 홀로그램 형태의 책 소개를 들은 후 책을 선택하면 멀리서 드론이 책을 들고 날아온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립중앙도서관 모습은 어떠할까. 서혜란 관장은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서관의 정의를 “사회와 같이 성장하는 사회기관”으로, 주요 임무로 “사람과 정보의 연결”을 꼽았다. 실제로 다채로운 ‘연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 최대 도서 수장고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장서만 1,300만권을 넘어섰다. 이런 거대정보를 분석·정리하고 위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97명의 사서가 근무하면서 이용자에게 필요한 시의적절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코너를 통해서는 이메일로 질문을 받아 ‘지식 및 학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단순 안내가 아닌 도움 되는 정보를 직접 제공하거나 그 정보를 찾아가는 전문가 의견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고(古)신문 624종의 스캔본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정기이용권 소유자에 한해 온라인 오디오북도 서비스한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는 건강·경제·소설·문학·인문·자기계발·아동서 570여권의 오디오북을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에 방문할 필요 없이 원하는 자료를 요청하면 저작권 보호 범위 내에서 복사하여 우편으로 받아보는 ‘우편복사’ 서비스도 제공한다. 방문 후 직접 복사도 가능한데, 원칙적으로 자료 소실 방지를 위해 원외 대출은 불가하다.

최근에는 ‘자료 당일 신청’ 서비스를 통해 자료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이용 편의를 높였다. 자료비축량이 방대하다 보니 그간에는 자료를 요청하면 찾는 데만 평균 30분가량이 소요됐는데, 이제는 미리 신청할 수 있어 집에서 출발하기 전 자료 당일 신청하면 도서관 도착 즉시 자료 이용이 가능해졌다.

한국어 자료뿐 아니라 한국에 관한 자료는 외국 자료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자료를 토대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기 문서, 베트남 전쟁 참전 한국군 관련 문서를 원문으로 이용 가능하다.

독서 관련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독자의 질문에 관한 답을 책 본문에서 찾아 제공하는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를 시범 개시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창작한 음악의 저작권은 누구 소유?’라고 물으면 6,400여권의 책에서 ‘인공지능의 저작물은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인공지능 머신을 이용해 사람이 창작했다면 저작권이 성립한다’라는 답을 찾아 제시하는 식이다.

큐레이션 역시 미래로 향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중점을 두는 서비스다. 서 관장은 “방대한 자료에서 어떻게 살아있는 ‘정보’를 추출할 것인지”를 사서의 주요 역할로 꼽았다. 그는 “취향별 빅데이터에 따른 정보 편향을 바로잡는 것 역시 사서의 역할이라며 “사서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사서 선발 요건에 정보학과 도서관 경영학을 추가할 계획을 밝히면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심층 면접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큐레이션의 일환으로 2개월에 한 번씩 사서 추천도서를 공개하고 있다.

책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그럼에도 독서를 통해 “비판적이고 현명하게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우리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반성적 사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20세기 사회만큼이나 실패한 사회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경고한다. 독서 가치 설파의 임무를 띤 국립중앙도서관이 걸어온 76년의 역사를 딛고 일어서 향후 100년의 역사를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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