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성 페미니스트가 진단하는 ‘여성 혐오’
[리뷰] 남성 페미니스트가 진단하는 ‘여성 혐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5.24 15: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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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등 소위 한국 진보 인사들의 성폭(추)행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간명하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애썼던 ‘진보 정치인’들이 실제로는 그들의 사생활에서 여성들을 잔혹하게 착취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이 연루된 사건은 젠더적 위계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라는 점에서 그 죄질이 더욱 심각하다.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은 ‘왜 평범해 보이는 남성도 여성 혐오에 빠지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한겨레출판)를 출간했다. 첫 책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에서 남성 문화를 통렬하게 비판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여성혐오, 성폭력, 착취의 근원이 남성들의 ‘기만’에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성찰하지 않는 오만함, 나 정도면 괜찮다고 자부하는 착각이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이 여타의 페미니즘 도서와 다른 점은 페미니즘 진영 내부에서 존재하던 다양한 스펙트럼이 외부로 표출된 현상을 면밀하게 분석했다는 데 있다. 이어 저자는 남성, 비장애인, 이성애자이자 수도권에 살며 기자로 활동하는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면서도 여성과 소수자에게 공감하되 동일시하거나 시혜의 관점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저자는 “남성이 여성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아도 되는 권력 구조가 존재하는 이상, 그 누구도 가해자가 되지 않는다고 절대 장담할 수 없다”며 “남성들은 자신의 ‘결백’과 ‘남다름’을 주장하기 전에, ‘김종철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이자 고발자인 장혜영 국회의원이 던진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라는 질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착취와 폭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n번방 사건과 리얼돌 문제, 성매매 문제 등 남성들의 ‘강간문화’가 어떻게 여성을 성적으로 도구화하는지 등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남성 지배 체계’에 균열을 가한다.

그는 “남성에게 페미니즘적 말하기란 ‘보편’의 자리에서 물러나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명확하게 밝힌 다음에 말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나의 위치를 만든 토대를 설명하고, 그 토대가 왜 부정의하고 잘못됐는지 설명하며 ‘전지적 관점’을 내려놓는 것이 시작이다. 나아가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고, 이를 위해 내가 갖고 있는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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