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있기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존재한다
그들이 있기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존재한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5.26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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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주 자료관리부장이 말하는 사서의 모든 것
- 사서 197명이 장서 1300만권 체계적 관리
- 전국도서관의 사서 교육은 물론 도서관 원격 지원도
- 격월로 내놓는 ‘사서추천도서’, 독서문화 진흥에 큰 역할
- 일부 이용자 갑질에 가슴앓이, 지식전달자로서 예우 필요
[사진=국립중앙도서관 공식홈페이지]

■ 시리즈 기사 연재 순서
“우리는 책에서 답을 찾는 미래 도서관이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우리 경쟁상대는 댄스연습실, 공연장, 놀이동산“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책 『사서, 고생합니다』의 저자 임수희씨는 정리정돈이 좋아 대학의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학과 설명회에서 “제자리에 정리하고 분류를 고민한다”는 문장에 매혹됐다고 했다. 졸업 후에는 대학도서관과 경기도 내 공공도서관 등에서 3년간 사서로 일했다. 임씨는 “사서가 고리타분한 일만 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도서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흔히 사서는 도서관의 책을 정리하고 대출과 반납을 담당하는 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도서관의 목적에 맞게 자료를 수집해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은 물론 우리 도서관에 부족한 책은 무엇이며, 무슨 책을 새로 도입하는 게 좋을지, 어떤 컬렉션을 만들어 책을 전시할지 등도 고민한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도 사서의 역할이다. 한마디로 도서관 운영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그럼 대한민국 국가대표 도서관으로 꼽히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은 무슨 일을 할까. 국립중앙도서관은 해방 직후에 국립도서관으로 개관한 뒤 1963년 도서관법 제정에 따라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1965년 도서의무납본제도 시행에 따라 국내 출판물의 납본을 받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온라인자료도 납본 받고 있다. 2012년에는 국가서지과를 신설한 뒤 국립장애인도서관을, 2018년에는 기록매체박물관을 열었다. 4월 말 기준 보관하고 있는 장서는 1,300만권에 이른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사서만 197명이다. 이쯤 되면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출판물 박물관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국립세종도서관장을 지냈고,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자료관리부장을 맡고 있는 조영주 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조영주 국립중앙도서관 자료관리부장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조 부장은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은 국내에서 출판되는 모든 자료를 수집해 이를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일한다는 면에서 다른 공공도서관 사서들과 구별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 도서관의 사서 교육도 책임지고 있다. 조 부장은 “전국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은 ‘계속교육’을 통해 업무역량을 강화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으며 이에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라 사서 교육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서 교육 뿐만 아니라 전국 도서관과의 협력도 총괄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공공도서관지원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전국 도서관들을 원격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로 일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처야 할까. 조 부장은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직 공무원 임용시험은 사서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서자격증은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거나 사서교육원을 수료해야 한다. 자격증 취득 후에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직 경력경쟁채용시험’을 통해 임용된다. 시험은 필기와 면접으로 나뉜다. 조 부장은 “2022년 이후 시행되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직 경력경쟁채용시험’의 필기시험은 현행 2개 과목(자료조직개론, 정보봉사개론) 중 ‘정보봉사개론’ 과목을 폐지하고, 디지털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학개론’과 도서관 행정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서관경영론’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중점을 두는 프로그램은 ‘사서추천도서’ 선정이다. 조 부장은 “도서 선정은 완성도 및 전문성, 문장의 완결성, 포용성, 독창성, 흥미와 오락성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선정한다”며 “도서관 신착도서를 중심으로 자료운영과의 사서가 선정 기준에 따라 추천대상 도서를 선정하고 자료관리부 사무관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추천도서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공식홈페이지]

사서로 일하면서 가장 기쁘거나 보람된 순간은 언제일까. 조 부장은 “사서의 일은 도서관의 소장 장서가 이용자에게 전달되어 이용자로부터 어떤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이용자가 꼭 필요한 자료를 발견하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 때 제삼자인 사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실례로 연구정보자료실 이용자가 준비하던 논문을 완성하고, 국가연구과제를 종료하거나 많은 연구실적 발표를 통해 대학교수로 취업했을 때는 사서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충도 적지 않은데, 특히 일부 이용자의 ‘갑질’ 행태는 사서를 힘들게 한다. 조 부장에 따르면 사서는 기본적으로 이용자에 대한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용자는 소비자로서 일반 서비스를 받던 경험으로 도서관 서비스를 받으려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다. 심할 경우 고성을 지르고 사서를 폭행을 하는 일도 생긴다. 조 부장은 “사서들의 보호와 외부 고객인 이용자 계도라는 새로운 숙제가 힘든 부분이지만 균형을 맞춰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미래 도서관 모습을 구현한 ‘미래 도서관 특별전’(부제: The LIVE Library)이 개최되고 있다. 조만간 AI 사서가 탄생한다는 얘기이다. 조 부장은 “AI 사서가 탄생한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사서의 역할이 약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사서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서는 단순히 책의 대출 및 반납을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와 디지털스칼라십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 큐레이션 및 디지털아카이브의 구축 등은 모두 ‘사람 사서’의 기획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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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호 2021-06-06 12: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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