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구를 지키려면 인공을 받아들여라? 환경운동가 셀런버거의 역주장
[리뷰] 지구를 지키려면 인공을 받아들여라? 환경운동가 셀런버거의 역주장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5.0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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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현대 시민들에게 기후 위기는 실제상황이다. 남극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소식은 이미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이례적인 폭염, 집중호우도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은 인류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화석 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라는 게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이런 시민들의 상식과 결이 전혀 다른 시각을 내놓는다. 저자는 미 청정에너지 연구 단체인 ‘환경진보’ 대표 마이클 셸런버거다. 미 <타임>이 2008년 ‘환경 영웅’이라고 소개할만큼 저명한 환경 운동가다.

그는 주류 생태학자나 환경 운동가들이 말해온 기후 위기 담론을 부정한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현상은 인정하지만, 이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으로 ‘탈성장’이 아닌 ‘문명’을 내세운다.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중론을 ‘환경 종말론’이라고 규정한다.

그의 주장은 꽤나 역설적이고 도전적이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지구를 지키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고래를 살린 것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아니라 기술이 발전에 따라 유전이 개발되고 등유가 생산된 데 따른 것이다. 기술진보로 더이상 고래기름이 필요치 않게 되면서 포경이 줄고 고래도 살렸다는 논법이다.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이 비록 오늘날 최악의 쓰레기로 지탄받고 있지만 거북껍질과 상아를 대신하면서 되레 바다거북과 코끼를 살렸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도 있다. 대기안에는 산소가 수백만년동안 지속할 수 있을만큼 충분하다. 그러므로 아마존 산불이 크게 발생해도 지구를 위협하지 못한다. 공장이 떠나면 숲이 위험해진다.

저자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원전은 효율적이며,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환경주의자들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온 세상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원전에 비해 비싸고 불안정하고 효율이 낮다고 주장한다.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사태에서 암 발병률과 사망률은 과장돼있다고 말한다.

환경 식민주의에 대해서도 냉담하다. 선진국들은 한때 화석원료로 자동차 비행기 등을 만들어 풍족하게 살면서도 가난한 국가에서는 비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를 강요하는 등 위선적이고 비윤리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도 꼬집는다. 책을 통해 저자가 주창하는 것은 ‘환경 휴머니즘’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논리보다는 ‘문명’의 이기를 저개발 국가에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범지구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만간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과도한 공포심 유발이라고 말한다. 일부 뉴스는 언론이 과포장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의 목표가 환경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보편적 풍요를 누리게끔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실 세계에서는 환경, 에너지, 경제의 발전은 함께 이뤄진다”고 말한다. 환경문제를 놓고 여러 시각이 교차한다. 환경론자들 입장에서 보면 셀런버거의 주장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궤변일 수 있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생각도 경청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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