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가 상처를 대물림한다 『가족의 두 얼굴』
트라우마가 상처를 대물림한다 『가족의 두 얼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5.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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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람으로 붐비는 은행에 다섯 살쯤 된 아이와 엄마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루해진 아이는 응석을 부리지만, 엄마가 아랑곳하지 않자 엄마의 허벅지를 툭툭 치며 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정색을 한 엄마가 아이의 뺨을 때린다. 아이가 울고 시선이 집중되고, 당황한 엄마는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또다시 수차례 뺨을 때린다. 여기서 질문. 이 엄마는 나쁜 엄마일까?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이자 책 『가족의 두얼굴』(부키)의 저자 최광현 한세대학교 교수는 “누군가 아이 엄마에게 ‘댁의 아이를 사랑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면, 발끈하며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내 전부처럼 소중한 아이예요’라고 대답했을 것”이라며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와 서슴없이 아이의 뺨을 때리는 엄마,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일까. 답은 둘 다 진실”이라고 말한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데 사랑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부러 가족에게 상처를 주려는 사람은 없다. 의도하지 않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데, 대개 어린 시절의 경험에 원인이 자리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에겐 어린 시절 고통을 반복하려는 강박이 있어서 부모의 불행을 반복하기 쉽다. 저자는 “어린 시절 불행한 가족관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인이 되어 과거의 경험을 재현한다”며 “불안하게 매를 기다리기보다 차라리 매를 맞는 순간이 편안한 것처럼 즐거움, 행복감을 느끼면 너무나 불안해하면서 일부러 불행한 느낌, 고통, 불안한 감정으로 달아난다”고 진단한다.

어린 시절 상처에 따른 트라우마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성학대, 폭력, 몰인정 등은 외로움, 슬픔, 불안, 두려움, 분노, 우울과 같은 그릇된 감정을 낳아 부부 관계는 물론 자녀 관계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부부 각자의 낮은 자존감은 소통을 어렵게 하고 그래서 갈등을 일으키며 다시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상처가 깊어지면 현실 도피를 위해 “‘지금 여기’의 몸을 떠나는” 중독에 빠지기 쉽다. 저자는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저마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갖고 있다”며 “아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어 중독 행위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트라우마의 근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개 트라우마에 따른 현상에 초점을 맞출 뿐 그 원인에는 (고의로) 무감각한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 트라우마와 ‘직면’할 것을 강조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상담은 자기를 알게 하는 것’이란 에리히 프롬의 말을 토대로 “상담을 받는 행위 자체가 정신적 치유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앎으로써 불행의 반복으로부터 벗어나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똥떡’은 트라우마에 직면해 상처를 치유한 좋은 사례다. 똥떡은 과거 재래식 변소에 아이가 빠졌을 때 변소 가는 걸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 부모가 만들어 준 떡을 지칭한다. 아이가 떡을 들고 ‘똥떡 똥떡’을 외치며 동네를 돌면 이웃들이 관심과 위로를 전하면서 트라우마적 경험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극복하는 ‘직면’을 경험하는 원리를 지닌다.

직면의 다른 말은 상황 객관화이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각으로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가족 갈등은 부부 각자가 자신이 나고 자란 원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채 새로운 가족을 꾸린 데에서 비롯된다. 각각의 상처가 합쳐져 또 다른 상처를 낳는 것”이라며 “변화는 그동안 가족 문제를 바라보던 나의 시선과 생각들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일어난다. 거리를 두고 문제를 바라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알고는 있었으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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