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병 감염자를 대하는 불편한 시선은 어떻게 생겨났나
유행병 감염자를 대하는 불편한 시선은 어떻게 생겨났나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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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늘면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어디서 집단 감염 소식이 들리면 사회는 이들 집단에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코로나는 백신으로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혐오의 뿌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책 『감염병 인류』(창비)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발생하는 혐오의 심리를 인간의 행동면역체계에서 찾는다. 행동면역체계란 어떤 대상과 접촉함으로써 전염될 수 있는(혹은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이 드는) 대상을 기피하려는 무의식적 반응이다. 이 책을 공동 집필한 신경인류학자 박한선 교수와 인지종교학자인 구형찬 교수는 인류와 균의 만남을 되짚어보고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은 집단적으로 무리 지으며 정착 생활을 하면서부터 균의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때에 균은 채 100여종도 되지 않았다. 가축의 분변과 쓰레기에게서 오는 감염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각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인간의 삶에 스며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균은 도시와 국가, 그리고 문명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1만 년 전 400만 명 수준이었던 인류는 5천 년이 지나고도 100만 명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은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페스트균, 스페인 독감, 신종 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외에 이름 모를 질병들이 인류의 몸을 지나갔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새로운 질병이지만 결코 낯선 것은 아니다. 인류는 보이지 않는 병균을 막기 위해 ‘행동면역체계’를 발전시켜왔다. 행동면역체계가 유발하는 혐오는 미움이나 증오보다는 역겨움에 가깝다. 더러운 음식, 배설물, 해로운 곤충, 기침이나 피부 발진 등 감염된 사람의 행태를 자기도 모르게 피하는 심리적 기제를 만들었다. 이는 인류 사회의 여러 관습에도 영향을 끼쳤다. 매독을 막기 위해 일부일처제가 권장됐으며, 나병 환자들은 전염병 환자가 아님에도 외딴곳에 모여 살아야 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사회에 도덕적 판단은 더 가혹해지고 사회적 태도 역시 더 보수적으로 변했다.

혐오와 배제가 본능적으로 자연스럽다 하더라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정확한 의학지식이 없었던 과거라면 행동면역체계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류는 이제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차별과 혐오가 공동체를 살리는 게 아니라 파괴시킨다는 것도 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결돼도 인간 본성과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저자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민윤리를 논의해야 한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정직하게 밝히고 지성을 공유해야 한다”며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감염병과 싸워왔다. 투쟁의 역사로 지혜를 얻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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