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출판사 그레이트북스... “경쟁사 도서 팔면 계약해지”
‘갑질 논란’ 출판사 그레이트북스... “경쟁사 도서 팔면 계약해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4.07 15:5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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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구로구 그레이트북스 본사 사옥 앞에서 어린이서점주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유·초등 어린이 전집 출판사 그레이트북스가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경쟁출판사와의 거래중단을 종용하며 가맹서점으로부터 위법적으로 벌금을 걷어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그레이트북스 본사 사옥 앞에서는 “각종 이유로 벌금을 낸 서점만 300곳이 넘는다. 위법적으로 걷은 벌금을 반환하라”고 주장하는 어린이서점 운영주 A씨의 1인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그간 그레이트북스는 자체 벌금제도를 만들어 가맹서점들이 경쟁출판사 도서 판매를 중단하도록 유도해왔다. 그간 그레이트북스는 가맹서점을 모집해 도서 판매를 해왔는데, 자사 도서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 제품 판매율이 높은 서점에 갖가지 이유를 들어 제재를 가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김경택 대표 측이 밝힌 내용. 2018년 이후 위약금을 받은적이 없다고 밝힘. 

부당계약 체결 강요 혐의로 지난해 9월에 이뤄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대표는 2018년 당시 대구·경북지역 가맹점주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람북스에 들어가는 매장에는 그레이트북스 책을 납품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발언만 하고 실행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지만, A씨에 따르면 당시 지역책임자가 아람북스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고, 그럼에도 버티는 대구·경북 지역 4개 서점에 대해서는 2019년 여러 빌미로 계약해지 조치가 이뤄졌다. A씨는 “의무 참석해야 하는 신제품 교육이 아닌 저녁 시간에 진행하는 월간 스터디는 어린 자녀의 육아 문제로 사전에 불참 의사를 알렸지만, 미참여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계약해지 당했다”고 밝혔다.

2018년 그레이트북스 가맹서점주들이 위약금을 송금한 거래증명서. 두건 모두 거래일자가 2018년 11월이다. 

검찰 조사를 통해 그레이트북스의 위법적 위약금 부과 혐의도 사실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3~4년 전까지 위약금을 받거나 판매권한을 일부 중지시켰으나 2018년부터는 위약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본지 취재에 따르면 그레이트북스는 최근까지 가맹점주를 상대로 판매권한 중지와 위약금 부과를 지속해왔다. 지난 2월 그레이트북스와 계약이 해지된 서울 구로구의 한 서점주 B씨는 3년 전 고객 정보를 잘못 입력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전인 지난 1월 거래 중지 및 위약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같은 달 계약 해지 당한 광명의 서점주 C씨는 도서를 할인 판매했다는 이유로 50만원의 위약금 처분을 받았다.

그레이트북스의 최신 계약서. 위약금 명목이 명시되어 있다. 

그레이트북스의 최신(3월) 가맹 계약서에도 위약금 항목은 여전히 존재한다. 벌금은 사안에 따라 100만원 ~ 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본사가 지정하지 않은 판매루트를 이용한 경우 위약금 200만원, 고객 정보 허위 등록 시 벌금 100만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구매일로부터 1년 이내에 상품을 온라인 등에 중고로 판매할 경우에는 거래 정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A씨는 “판매하는 순간 소유권은 고객에게 넘어간 것인데, 중고 판매를 제재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2018년 이후 위약금을 거둔 적이 없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2012~2014년 사이에 거둔 위약금만 2억원에 달하고 지금도 여전히 벌금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그레이트북스가 가맹점주에게 위약금 부과를 통보한 공문

지난해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피의자 출판사(그레이트북스)의 계약서 내용이 불공정하고, 불공정한 계약에 의해 계약해지를 당했으며 출판사에 부당한 위약금을 지불하였다는 내용이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증거부족으로 기소로 이어지진 않았다. 부당계약에 이의신청을 하려면 계약 당사자가 나서야 하는데, 현재 항의에 나선 이들과 그레이트북스와의 계약이 이미 종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발송된 그레이트북스 전국 대리점 대상 단속 전체 문자.

부당한 계약 조건에도 가맹서점주들이 계약 관계를 이어가는 건 그레이트북스의 높은 판매율 탓이 크다. 프뢰벨, 몬테소리, 웅진, 한솔, 대교 등 대규모 업체가 직영점을 운영하는 반면 아람북스, 그레이트북스, 여원미디어 등의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업체는 가맹점(시중 서점에 판매 권한 부여) 형태로 운영하는데 가맹점을 운영하는 출판사 중 그레이트북스의 판매율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그레이트북스의 가맹서점은 전국에 300여곳으로 곳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그레이트북스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 이상인 곳이 대다수로 알려졌다.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대표 [사진=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대표 [사진=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그레이트북스를 부당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서점주 A씨는 “부당한 대우에도 가맹서점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건 그레이트북스 도서가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는 60~70%를 차지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해도 해결이 어렵다. 과거 경쟁출판사와의 거래 중단을 거부했다가 계약이 해지된 부산 지역 6개 점주가 공정위에 제소해 분쟁조정을 통해 재계약한 바 있지만, 1년 만에 계약이 해지된 전례가 있다. 대기업의 갑질만 갑질이 아니다. 중소서점주들에겐 그레이트북스가 갑이며 갑질에 견뎌낼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실과 관련해 그레이트북스 측에 수 차례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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