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다] 레스꾸이에 벨기에 대사 “백석의 시에 빠져 지냅니다”
[대사에게 듣다] 레스꾸이에 벨기에 대사 “백석의 시에 빠져 지냅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4.05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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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이 설렌다’(쓸쓸한 날) 시어 잊지못해
한강의 채식주의자 연말에 벨기에서 연극으로 공연
벨기에는 예술가, 미식가, 자전거애호가 천국
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안경선 PD]
피터 레스꾸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벨기에의 국토 면적은 3만689㎢이다. 경상도(3만2,289㎢)보다 조금 작은 면적에 1,150만명이 살고 있다. 인구 규모로 서유럽에서 6번째 수준의 “조밀한” 나라이다. 아래로 프랑스, 위로 네덜란드, 오른쪽으로 독일과 접해있는데, 세 나라의 언어를 모두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되는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네덜란드어(60%)가 주를 이루고, 남쪽은 프랑스어(39%), 동부는 독일어(1%)가 많이 사용된다. 벨기에는 이런 언어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6개의 서로 다른 정부로 구성된 단일국가를 이뤘다가 현재는 입헌군주제 체제의 연방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현 국왕은 2013년에 재임한 필립 레오폴트 로데베이크 마리아(61)로 2009년에는 왕세자 자격으로, 2019년에는 국왕신분으로 두 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벨기에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탓에 주변국의 침입을 많이 입었다. 근대에만 나폴레옹의 침략, 그리고 제1·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로 큰 희생을 치렀다. 현재는 수도 브뤼셀에 유럽연합(EU) 본부와 의회,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본부가 위치해 있는 등 화합의 상징지이기도 하다. 우리와는 대한제국시절 수교를 맺고 한국전쟁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파병할 정도로 오랜 교분이 있기도 있다.

초콜릿, 와플, 맥주 등이 유명해 국내에서도 음식에 ‘벨기에식’이란 수식어가 붙어 유통될 정도로 미식가의 면모를 지닌 나라이기도 하다. 1967년 전북 임실에 임실치즈공장이 문을 연 것 역시 한국전쟁 직후 재건을 돕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디디에 테스테븐(지정환) 벨기에 신부에 의해서였다.

벨기에의 역사, 문화 탐방을 위해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주한벨기에 대사관에서 피터 레스꾸이에(60) 대사를 만났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벨기에 겐트대에서 동양 문헌학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중국 현대사와 현대 중국어를 공부할 정도로 동양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주한 벨기에 대사관 건물 입구에 대사관 문양이 걸려있다. 

- 책 읽는 대한민국, <대사에게 듣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 부탁한다.

“이렇게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돼 기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좋은 교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 올해는 양국 수교 120주년을 맞았다. 대한제국 시절 때부터 우호를 맺었는데 의미가 각별한 것 같다.

“지난 3월 29일은 내 환갑 생일이었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는데, 올해로 수교 12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는 더 크게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올해는 1951년 1월 31일 한국전쟁 당시 3,000여명의 벨기에군이 UN군의 일원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의미가 남다르다.”

- 수교 역사가 오래됐는데 거꾸로 벨기에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양국 간 교류 현황을 포함해 벨기에를 소개해달라.

“얘기할 게 너무 많지만 간략히 말하자면, 우선 주한 벨기에 대사관은 1970년 서울에 문을 열었다. 198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벨기에 국빈 방문, 1992년 보두앵 벨기에 국왕의 한국 국빈 방문, 2019년 3월 벨기에 국왕과 여왕의 국빈 방문은 양국 정치의 주요 이슈였다. 2012년 유럽연합(EU)과 한국 간의 FTA가 발효된 이후 지난 10년간 양국 교역은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2020년 기준으로 벨기에는 한국에 2억300만달러(약 2,200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수출했고, 한국으로부터 약 12억7,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상당의 기계·화학제품·자동차·철강을 수입했다. 몇몇 한국 대기업이 벨기에에 물류센터를 설립했고, 벨기에의 화학회사 솔베이(Solvay)는 이화여대에 R&D센터를 세웠다. 학술적으로는 벨기에의 겐트대학교가 인천 송도에 생명공학자 육성을 위한 캠퍼스를 설립했고, 문화적으로는 매년 브뤼셀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많은 한국 연주자가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 벨기에는 지정학적으로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다. 때로는 외침을 받았고, 협력을 강요받기도 했다. 주변국과 많은 마찰을 겪은 한국인 입장에서는 동병상련을 느낀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주변국과의 관계는 어떤가. 우호와 협력이 중요해진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나.

“벨기에는 과거 유럽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의 전장이었다. 1815년 나폴레옹의 최후 패배를 기념하는 워털루 기념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프랑스, 영국, 독일군의 묘지, 제2차 세계대전의 아르덴 전투를 기념한 바스토뉴 전쟁 박물관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1951년 프랑스 파리조약으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설립된 이후에는 서유럽 국가 간 전쟁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ECSC는 이후 외교와 국방 정책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27개국의 유럽연합으로 발전했다. 특정 정책안을 두고 회원국끼리 격론을 벌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가족 국가란 점에는 변화가 없다. 또한 벨기에는 30개국의 군사동맹인 NATO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현재 벨기에 국민 대다수가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평생 전쟁을 경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한다.”

- 주한 벨기에 대사로 부임한지 5년째다. 한국인이 다 된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일해왔고, 또 일하고 있나.

“2018년 여름 주한 벨기에 대사로 부임하자마자 이듬해 3월로 예정된 벨기에 국왕 부부의 국빈 방문 준비에 매달렸다. 당시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테마였기 때문에 인공지능, 5G, 스마트시티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힘썼다. 또한 음식과 음료, 다이아몬드, 물류 서비스, 제약 분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안타깝게도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양국 간 교류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양국 수교 120주년을 맞은 2021년을 기념되는 해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온라인 등에서 소규모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지만, 하반기와 내년에는 규모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양국 간 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도모하고 탄소 없는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 벨기에는 다양한 인종과 공존하면서도 벨기에만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화적 특성은 어떤가.

“벨기에는 크게 네덜란드어, 독일어, 프랑스어 세 개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다. 로마 문화와 게르만 문화의 역사적 경계가 벨기에 중부를 관통하면서 벨기에 국민이 언어 그룹별로 구분됐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다만 그 안에서도 여러 공통점이 엿보인다. 좋은 음식과 맛있는 맥주를 향한 사랑, 축제를 사랑하고 자신을 과시하거나 타인을 비방하지 않는 유머 방식 등이 공통된다. 반면 최근에는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브뤼셀이나 안트베르펜 등의 대도시는 온갖 문화가 뒤섞인 문화 용광로가 되었다.”

[사진=트위터 @m_albania, @flowindey]

- 자신을 낮추는 유머란 무엇인가? 온라인에서는 벨기에식 유머가 유명하던데.

“벨기에인은 통상 타인을 깎아내리는 유머를 지양하고 자신을 낮추는 유머를 지향한다. 웬만해서는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대체로 소극적이다. 이런 점은 세계적으로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데 네덜란드에 뒤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벨기에식 유머도 마찬가지다. 실례로 2015년 벨기에가 테러 위협으로 혼란스러웠을 당시 경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사 관련 정보 공유 자제를 당부하자 국민들은 수사 정보 대신 고양이(고양이에 대한 벨기에 국민의 애착 정도가 높음) 사진을 공유하면서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창문에 붙어있는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창문 가까이에 있지 말라고 했는데, 들으셨죠?’라는 설명을 붙인다든가, 담배를 물고 총을 든 것처럼 합성한 고양이 사진을 올리면서 경찰이 찾고 있는 범인이라고 지칭하는 식의 유머였다.”

-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인상은. 비슷한 부분도, 다른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는 한국 사회에 굵직한 흔적을 남겼다. 반면 벨기에는 죄인과 그 죄를 동일시하지 않는 천주교가 지배적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엿보인다. 최근 벨기에는 문화적 다양성이 다채로워지면서 예전보다 더 개방적이고 관대해졌다. 인종, 종교적 신념, 성적 지향 등과 관련한 혐오와 차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간 한국에서 지내면서 느낀 양 국민의 공통점은 모두 근면하고 책임감이 강하면서도 미식가 면모가 짙다는 점이다.”

- 벨기에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차별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만 사회 전체적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벨기에에서는 외국인이란 이유로 취업이나 주택 임대를 거부하면 법으로 처벌받는다. 기본적으로 벨기에는 인종, 성 등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실제로 벨기에는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이다.”

스머프 캐릭터. [사진=스머프 공식홈페이지]
스머프 캐릭터. [사진=스머프 공식홈페이지]

- 벨기에는 만화 캐릭터 ‘스머프’가 탄생한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에르제, 앙드레 프랑캥, 에드가 자코브 등 유명 만화인 다수가 벨기에 출신이다.

“예부터 벨기에인은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 기회가 되면 브루겔(Bruegel)이나 루벤스(Rubens) 같은 벨기에 예술가들의 그림을 찾아보길 바란다. 벨기에인의 그림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림 그리기는 벨기에 공교육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벨기에에서 예술로 존중받으면서 20세기 대중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00년 이후 매년 벨기에에서 4,000만부 이상의 만화가 인쇄되고 그중 75%가 수출됐다. 벨기에의 3대 만화 출판사인 듀퓨이스, 르 롬바르드, 카스터만은 연간 9,000만부의 만화를 제작하고, 1,000만부 이상의 카탈로그를 유통하고 있다. 벨기에는 만화 제작자 수만 700명으로 ㎢당 만화 작가 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주한 벨기에 대사관 옆 주택 담벼락에 그려진 시나 작가의 벽화. 

- 양국 간 만화 부문 교류 현황이 궁금하다.

“올해 양국 간 만화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벨기에 한국 대사관에서는 한국만화와 웹툰 작품이 벨기에에 잘 알려지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7월부터 12월까지 브뤼셀에서 특별전이 준비 중이며, 매년 9월에 열리는 브뤼셀 만화 축제에는 한국의 이이남 작가를 초청해 그의 작품을 벨기에에 소개할 예정이다. 브뤼셀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틴틴의 모험> <스머프> <럭키 루크> 등 벨기에의 다양한 인기 만화 장면을 그린 50여점의 벽화를 따라 산책할 것을 추천한다. 현재 주한 벨기에 대사관 인근에서는 한국의 작가 ‘시나’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과 벨기에의 요소를 적절히 혼합해 벨기에 만화 스타일로 작업했다.”

- 벨기에 문학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요즘 주목해야 할 작가나 책은 있나. 이유는?

“우선 201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eterlink)를 거론하고 싶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다면적인 그의 문학 작품은 풍부한 상상력과 시적 공상을 바탕으로 동화같이 신비로운 방법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평한 바 있다. 다만 오래전에 출간된 작품이라 한국인에게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벨기에인으로 유명한 사람은 영국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헤라클레스 포와로’(Hercules Poirot)이다. 작가로는 아마 시인 앙리 미쇼(Henri Michaux)와 소설가 조르주 심몬(Georges Simenon)이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벨기에 작가일 것이다. 조르주 심몬의 탐정 소설 19권 정도가 한국어로 번역됐고, 외교관의 딸로 일본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멜리 노통브(Amélie Nothomb)의 작품도 한국어로 출간됐다.”

- 벨기에 문학이 한국에 전해지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현재 한국에 알려진 벨기에 문학 대다수는 프랑스 원문 작품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근무하는 벨기에 교사 파울라 김-콕(Paula Kim-Koeck) 등이 네덜란드어 보급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네덜란드어 사용 집단이 프랑스어 집단보다 작아 네덜란드 원문을 번역할 수 있는 한국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네덜란드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 중 휴고 클로스(Hugo Claus)를 거론하고 넘어가고 싶다. 그의 소설 『벨기에의 슬픔』(The Sorrow of Belgium)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네덜란드어 소설 중 하나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직전 플랑드르(Flandre) 지역의 정치, 사회 발전 과정을 소년의 시각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한다.”

- 벨기에에 잘 알려진 한국 작가 혹은 한국 문학은 무엇이 있나?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벨기에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작품이다. 리에주 극장과 국립극단은 올해 양국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그의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했다. 연말에 벨기에에서 프랑스어 버전으로 공연하고, 내년에는 한국어 버전으로 서울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 한국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한강의 소설 『흰』과 백석의 시 선집을 영어 번역과 비교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백석의 시는 한국의 전통적 농촌 문화를 맛보고 느끼게 해주어 좋다.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오래를 설레다가였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이 설렌다’라는 문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 레르두텅 ‘L'air du temps’의 셰프 상훈 드장브루가 쓴 책을 소개하고 있다.
레스꾸이에 대사가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 레르두텅 ‘L'air du temps’의 셰프 상훈 드장브루가 쓴 책을 펼쳐보이고 있다.

- 벨기에 내에서 판매되는 맥주만 수천 종에 달한다고 들었다. 벨기에 초콜릿과 와플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벨기에의 음식 문화가 궁금하다.

“벨기에의 유명 초콜릿 프랄린(praline/벨기에식 초콜릿)은 1912년 장 노이하우스에 의해 브뤼셀에서 만들어진 이후 벨기에 제과의 명물이 되었다. 현재 벨기에에 있는 초콜릿 가게만 2,000개가 넘는다. 비단 초콜릿뿐 아니다. 벨기에는 음식 애호가들에게 맛좋은 맥주와 와플 등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벨기에의 거의 모든 마을에는 그 마을만의 특색있는 맥주가 존재한다. 그 수만 수천 종에 달한다. 또한 벨기에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다.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만 130개가 넘는다. 10월로 예정하고 있는 축제에 되도록 많은 벨기에 요리사를 데려와 벨기에 음식을 맛보이고 싶다. 벨기에 요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벨기에 남부 리에르누에 있는 한국 태생(5살 때 벨기에로 입양됨)의 상훈 드장브루(Sang Hoon Degiembre)의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 레르두텅 ‘L'air du temps’을 언급하고 싶다. 어릴 적 한국에서 입양되어 탁월한 요리 실력으로 현재 벨기에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맥주 종류가 수천 가지나 된다니 놀랍다. 그런 특별한 배경이 있나?

“과거 수질이 좋지 않아 그냥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맥주나 와인 등의 대체물이 주목받았는데, 당시 벨기에 기후가 와인보다는 맥주 생산에 적합했다. 현재는 기후가 변해 와인도 대량 생산되고 있다.”

- 벨기에의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를 소개한다면.

“벨기에는 볼거리와 할거리가 무척 많다. 거기에 적당한 크기의 국토에 도로와 철도망이 잘 구비되어 편리하다. 여행지 대부분이 브뤼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그중 내 고향 브뤼해(Bruges)는 그림 같은 운하와 아름다운 오래된 건축물로 둘러싸인 세계문화유산 보호 구역이다. 걸어서 둘러볼 정도로 아담하지만, 보트나 마차를 이용해도 좋다. 자갈길을 거닐다 보면 맛있는 초콜릿과 벨기에 맥주, 전통 레이스 장식을 파는 수십 곳의 상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여행을 시작하는 수도 브뤼셀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꾸며진 흥미로운 장소가 많다. 중시 시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도시였던 겐트는 교회와 멋진 과거 부유한 상인들의 집이 복원되어 많은 볼거리를 지닌다. 도심에서는 중세 말기 번영한 도시국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앤트워프는 유럽 제2항구로 매우 역동적인 도시다.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적 색채가 매력적으로 뒤섞여 있다. 중앙 기차역 인근의 다이아몬드 구역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다이아몬드의 70%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 유명 화가 루벤스의 고향인 앤트워프는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등산이나 캠핑을 즐긴다면 무성한 숲과 동굴, 절벽이 있는 아르덴 산맥을 추천한다.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캄핀과 로저 반데르 웨이든부터 반 고흐에 이르기까지 중·현대 예술가의 걸작으로 가득 찬 도시 투르나이를 권한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 벨기에 여행이 제한되지만, 사이클을 좋아한다면 5월에 열리는 2021 플랑드르-코리아컵 가상 사이클 대회에 관심 가지길 원한다. 실내에서 스크린에 비치는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벨기에는 예술가나 미식가들의 천국일 뿐 아니라 자전거 애호가의 천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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