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다른 이에게도 그랬을지 모르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러미스의 작은 책 한 권이 내게 준 영향은 작지 않았다. 내가 밤잠 안 자고 열심히 4년여 기간 동안 투신했던 환경단체(풀꽃세상) 일을 깨끗이 접고, 시골로 직행하게 된 데에도 그 책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나 싶다. 나이 들어 한 사람이 어떤 결정을 할 때, 그 결정의 배경에 딱 한 권의 책만이 작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좀 흐르고 나면, 어떤 결정도 제 혼자 힘으로 내린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의 생각이 어찌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겠는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서평이라 하든 독후감이라 하든, 내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들 중 가장 많이 언급한 것도 바로 러미스의 책이었다.<18~19쪽>
세풀베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고, 그 이야기들을 소설로 썼다. 그가 진정 작가라면 ‘발전’이나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자본의 위력 앞에 무너지는 데에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풀베다는 작가의 길, 인간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삶에 존경을 표하게 되고, 그의 삶이 담긴 작품에 경의와 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168~169쪽>
꿈은 치외법권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온전한 마음의 활동이므로 누구도 말릴 수 없고, 간섭하거나 침범할 수 없다. 샬림은 아마도 이제 삼륜차의 꿈을 접고 아내가 병마와 싸워 이기기를 꿈꿀 것이다. 삶은 ‘깨달은 이’가 일찍이 통찰했듯이 힘겨운 바다를 건너는 일이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진실되게 지극정성으로 해야 할 것이고, 자신이나 이웃에게는 겸손해야 할 것이다. 위험한 상태는 꿈의 성취보다 꿈의 포기이거나 꿈의 실종이다. 꿈꾸는 것 자체가 여전히 희망이다.<263쪽>
『욕망과 파국』
최성각 지음 | 동녘 펴냄 | 264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