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은 자본가가 포획한 가짜 행복... 국가가 나서야
소확행은 자본가가 포획한 가짜 행복... 국가가 나서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3.2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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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간은 행복을 갈망한다. 기준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고 하고, 철학자 파스칼이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며 여기에 예외는 없다. 행복은 모든 행동의 동기이며, 심지어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는 사람도 이 점은 같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일 게다. 그럼 그 행복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주류 심리학은 그간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 소장은 책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갈매나무)를 통해 ‘행복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고려대와 동대학원에서 각각 심리학과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주류 심리학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전투적 사회심리학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김 소장은 행복이 주목받는 현재를 “행복에 빨간불이 켜진 때”로 얘기한다. 2016년 64만3,105명이던 우울증 환자가 2019년 79만8,427명으로 증가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행복 열풍은 “불행에 대한 인류의 집단적·사회적 반응”이라고 분석한다. 또 ‘소확행’ ‘워라밸’ ‘욜로’ ‘마음챙김’ 등은 자본가들이 ‘번 아웃’된 노동자들의 지속 노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안한 ‘가짜 행복’이라고 지적한다.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포기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등 행복 구성의 극히 일부인 개인적인 부분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오늘날 행복은 자본가들에게 포획되어 새로운 이윤 창출 수단으로 전락했고, 개인 간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행복이 경쟁 수단으로 전락하면 행복감의 정도는 현저히 감소한다. 타인보다 우월한 상황으로부터 행복감을 얻기 위해 타인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이루고, 이룬 성취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불안의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심지어 소득 증대도 행복을 담보하지 못한다. ‘생존 불안’에서의 탈피인 소득 증대는 비례적으로 행복도를 높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증가세가 확연히 감소하는데, 그 지점을 심리학에서는 결별점 혹은 만족점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국내에서는 결별점(월 430만원가량)을 넘어서면 오히려 행복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430만원을 벌기까지 수면, 여가, 가족, 우정, 사랑, 건강 등을 희생하며 극심한 경쟁과 사내 정치에 시달려야 하고 올라간 만큼 추락할 것에 대한 공포도 감내해야 하는데 그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때 주류 심리학의 처방전은 마음 다스리기다. 상당수 심리학자가 “행복은 내 안에 있다”며 마음을 비워 욕심을 걷어내라고 주문한다. 원효 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것을 내세워 세상이 아니라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소장은 그런 주문에 반기를 든다. 개인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기에, 사회가 개인의 생존 불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은 요원한 일이라는 반박이다. 복지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한 덴마크의 비킹 행복연구소 소장은 “덴마크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매우 안전하다고 느낀다. (중략) 덴마크의 복지제도가 질병, 노령화, 실업 등에 따르는 많은 근심거리들을 제거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김 소장은 “사람은 생존 불안에서 해방돼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며 “사람들이 행복해지려면 다른 무엇보다 개인의 생존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로 바꿔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주어진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행복을 위한 삶의 과정을 더 귀중히 여기라”며 “행복은 어느 순간에 손에 쥐게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행복을 위해 투쟁하는 삶의 과정에 있다. 이렇게 행복을 어떤 종착지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할 대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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