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의 대박을 마케팅학으로 풀어보니…
‘더현대 서울’의 대박을 마케팅학으로 풀어보니…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3.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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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는 바로 옷과 음식 그리고 집이다. 의식주는 삶의 질을 좌우한다. 그건 의식주를 공급하는 생산자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차별화된 의식주를 제공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소위 ‘팔리는 기업’으로 인식된다. 지난 2월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 서울’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기존의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오랜 불문율 중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창문과 시계를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소비자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면 구매 욕구가 줄어든다는 경영 전략에 기인한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모든 층에 유리창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바깥 날씨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고, 건물 안에는 인공 폭포와 산책로 등 다채로운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한 것이다.

이는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팔아라”는 최근 경영 전략의 흐름과 연결된다. 바로 경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이다. 책 『공간은 경험이다』의 저자이자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마케팅 분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승윤은 “제품의 가치가 100이라면, 잘 만들어진 공간은 판매하는 제품의 가치를 200, 300까지 높여줄 수 있다”며 “제품을 잘 만드는 데 그치지 말고, 제품과 함께하는 삶이 어떤지 소비자가 매장에서 체험하며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시대를 개척했고, 젊은 세대들은 주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직접 매장에 가서 실제로 물건을 보고, 만지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멋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온라인에서 누리는 경험과 오프라인에서 겪는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며 “나이키가 라이브 스토어를 선보인 것처럼, 결국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하여 고객 경험을 주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어 “디지털 시대의 기업은 새로운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아야 한다. 과거의 공간이 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물리적인 장소에 그쳤다면, 디지털 전환 시대의 공간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고객에게 경험을 주는 장소’로 재정의됐다”고 설명한다.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이자 『공간이 만든 공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의 책을 통해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통찰하는 유현준 교수는 과거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을 강조하며 “스마트한 고밀화가 필요하다. (중략) 경계를 없애는 공간 구조 변화가 우리 사회를 더 화목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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