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네카라쿠배…’ IT 개발자 영입 전쟁
[조환묵의 3분 지식] ‘네카라쿠배…’ IT 개발자 영입 전쟁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1.03.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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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종말

“네카라쿠배 당토직야?”

요즘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직방·야놀자’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취업관련 신조어가 유행이다. IT업계는 이직이 잦다 보니 다른 회사의 연봉 수준이 이직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연봉이 높은 유명 기업들을 서열화해 만들어진 용어다.

“개발자 초봉 6,000만 원, 경력 이직보너스 1억 원에 스톡옵션까지…”

최근 IT(정보기술) 업계를 강타한 IT 개발자들의 연봉 인상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고급 IT 기술 인력들이 부족해 서로 뺏고 뺏기는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져 우수한 경력 개발자들은 물론 신입사원의 연봉마저 솟구치고 있다. ‘변호사보다 개발자가 더 잘나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게임사까지 채용 경쟁에 가세하더니 엔터테인먼트회사 빅히트,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까지 뛰어들었다.

이 신조어는 IT 기업들이 연봉 인상 소식을 발표할 때마다 조금씩 얼굴을 바꾼다. 얼마 전에 게임사 크래프톤이 신입사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전격 인상한 후, 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 판교밸리에선 벌써부터 “기존의 ‘네카라쿠배’가 아니라 새롭게 ‘크(크래프톤)네카라쿠’로 불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넥슨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800만원 연봉 인상을 발표한 뒤엔 ‘넥카라쿠배’란 신조어가 돌았다. 지난해 쿠팡이 경력직 채용을 하며 입사 보너스로 5,000만원을 지급하자 곧바로 ‘쿠네카라배’가 오르내렸다.

국내 IT업계에서 개발자 인력난은 낯선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가 커지면서 삼성, LG 등 기존 대기업 인력을 영입하기 시작한 후로 ‘국내 IT 인재 풀이 너무 작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왔다. 핀테크업체 토스가 몇 년 사이 800명이 넘는 개발자를 대거 영입하면서 촉발된 인재 쟁탈전은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 비대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더 가속화되었다. 결국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점이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대학, 업계가 협력하여 IT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IT개발자 같은 고급 일자리는 늘어나는 반면에 공장 자동화와 기계화 도입으로 제조업의 일자리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 고용시장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항공, 여행, 호텔, 외식, 유통 등 전통 산업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아 거의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사상가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1996년에 쓴 책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에서 첨단 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신 등이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일자리가 몇몇 생겨나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임금이 낮은 임시직에 불과하여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하게 된다. 첨단 기술의 세계경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보 엘리트 집단과 자동화에 밀려난 거대한 영구 실업자 집단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는 기술이 발달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결함사회)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래 사회에 대한 리프킨의 진단이다.

기술의 진보가 실업자를 양산한다고 한 리프킨의 예측은 정확히 적중했다.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가 줄고, 인터넷 뱅킹으로 은행 점포가 문을 닫고, 온라인 쇼핑몰 확산으로 길거리 판매점이 줄어들며, 100명이 일하던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하면서 직원수가 5명으로 대폭 감소하는 등 많은 사례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프킨은 일자리와 일을 만들어 내는 공동체가 중요하며,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예술이 결합하는 일 등을 늘려야 하며, 정부의 투자와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4년에 개정판이 나온 이 책은 아직도 전세계 300여개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을 만큼 미래 예측서로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리프킨의 통찰이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는 이유는 탁월한 논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리프킨이 과거에 예견한 미래가 바로 현재에 진행되고 있다. 10년 후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자못 궁금하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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