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형’ ‘예뻐서 봐준다’… 미디어의 차별·혐오조장 방식
‘흑형’ ‘예뻐서 봐준다’… 미디어의 차별·혐오조장 방식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3.2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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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정보화 사회를 특징짓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다. 미디어리터러시란 쉽게 말해 각종 정보 기술을 이용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유튜버들이 올리는 영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능력은 이제 현대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향상된 미디어리터러시만큼 차별과 혐오의 표현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인권감수성’과 연결된다. 인권감수성이란 인권과 관련된 일에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것으로, 내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 혹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는지 철저하게 자기 검열하는 과정과 맥이 닿아있다.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로 십대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 온 저자 태지원은 최근 펴낸 책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자음과모음)에서 미디어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차별과 인권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미인 대회는 왜 TV에서 사라졌을까?’ ‘가난한 사람은 왜 불쌍한 사람이 되었나?’ ‘흑형이라는 말이 왜 문제가 될까?’ ‘예쁘고 잘생겨서 용서해 준다?’ 등의 물음을 던지며 기회 불평등과 빈부 격차, 젠더와 사회적 소수자, 외모와 인종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 속에 차별과 혐오가 숨어 있었음을 고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타인과 사회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선 저자는 ‘동네 바보 형’에게도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미디어에 나오는 바보 형은 주로 신체 나이만큼 지적 발달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지적장애인을 떠올리기 쉽다”며 “동네 바보 형은 장애인을 묘사하는 미디어의 씁쓸한 단면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조롱하거나 비웃는 상황은 장애인이나 그 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저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애인이 등장하는 장면이 비장애인이 등장하는 장면에 비해 눈물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한다. 그는 “이런 장면이 많이 노출될수록 장애인에 대한 동정의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제3의 존재로, 불쌍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정작 그들이 평범한 삶을 누릴 권리에는 큰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방송, 광고, SNS 등 다양한 채널의 미디어에서 우리가 사회적 소수자들을 얼마나 은근하게 차별하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내가 차별할 의도를 갖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의 저자이자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하는 김지혜는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장애인에게 하는 ‘희망을 가지라’는 말 역시 전제 때문에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희망을 가지라는 건 현재의 삶에 희망이 없음을 전제로 한다”며 “장애인의 삶에는 당연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 모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저자의 논의처럼, 장애인이 설사 생활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그것은 장애인이 희망을 가져야 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변해야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의 담당 편집자 문진아는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각종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으로 독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 정보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며 “내가 평상시에 웃고 즐겼던 유머가 사실은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임을 깨닫고, 평소 그러한 것들을 스스로 분별해보려고 시도하는 자세와 태도를 기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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