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많은 초중등 세대, 책 읽는 건 축복”
“유혹 많은 초중등 세대, 책 읽는 건 축복”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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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 저자, 이재익 김훈종 SBS PD 인터뷰
“내용 파악도 중요하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게 핵심”
“사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끔찍한 상황 끊어내야”
김훈종(왼쪽), 이재익 SBS 라디오 PD. [사진=안경선 PD]
김훈종(왼쪽), 이재익 SBS 라디오 PD.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유달리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이다. 약사와 수학 교사로 이과계열 아버지 밑에서 문과의 길을 걸은 것도 그렇고, 아버지와 데면데면한 관계가 일반적이었던 70년대에 부자간에 문턱 없이 소통했던 것도 그렇다. 같은 대학(각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을 졸업해, SBS 라디오 PD로 재직 중인 것도 같고, 하나씩 낳은 아들이 모두 이과의 길을 걷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독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면모가 공통된다.

그런 공통점을 지닌 이재익(47), 김훈종(46) SBS 라디오 PD가 함께 책을 냈다. 제목은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한빛비즈). 과학고에 재학 중인 고2, 영재원 출신의 중2 아들들을 전면에 내세워 ‘상위 1% 아이들’ ‘영재원 과학고 아이들’이란 문구를 표지에 박았다. 잘난 아빠의 잘난 아들 자랑, 출판사의 상술 가득한 문구라는 인상은 거부감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 속에 담긴 독서팁은 앞선 ‘선입견’을 몰아낼 만큼 진솔하고 실용적이다.

어린 자녀에게 책 줄거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의도대로 줄거리를 창작해 나가도록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뭔가를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닫게 해주기 위해 우리 앞에 나타난다”(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식의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게 압축한 글)으로 아이의 독서를 유도하는 모습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산책길에 우연을 가장해 공공도서관을 찾아 책을 다 읽으면 선물을 준다는 달콤함 말로 대출을 유도한 뒤 승부욕을 자극해 책을 읽게 하고, TV에 소개된 책에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빛의 속도로 책을 대령(?)하는 모습에서는 (책을 향한 또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말겠다는) 진심이 묻어난다. ‘문해력 독서법’을 권하는 아버지의 “말빨”이 먹히는 부자지간을 위해 ‘좋은 관계’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는 두 저자를 한빛비즈 4층 회의실에서 마주했다.

- 직장 동료인 두 PD가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함께 책을 냈다. 출간 계기가 궁금하다.

김훈종: “정말 오랜 시간 함께 했다.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한 것만 10년이 넘었다. 그사이 닮은 점을 많이 발견했다. 우리는 우리 연배로서는 흔치 않게 아버지와의 관계가 친밀했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과 깊이 있게 교감했다. 아이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서로가 아이를 교육하는 걸 어깨너머로 지켜보다가 둘의 경험을 함께 담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와 대화하고, 책에 대해 나누고 싶은 사람이 많을 텐데 그 방법을 몰라 곤란해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책을 출간하게 됐다. 내용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팁을 담았다.”

이재익: “아주 자연스럽게 책을 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마음과 달리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텐데, 난 운이 좋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편안하게 풀어낸다면, 다만 몇 가지만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책을 내게 됐다.”

- 책 프롤로그에서 이재익 PD는 “자본뿐 아니라 학력도 대물림되는 구조 속에서 운 좋은 아빠였던 저는”이라고 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이재익: “아버지가 약사였다. 감사하게도 경제적으로 걱정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른바 강남 키즈 1세대로 사교육의 수혜도 충분히 누렸다. 금수저까지는 아니지만, 여러모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이런 말을 하면 즉각적으로 ‘재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것도 같다. (아이 독서 교육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돼 못하는 부모님들이 많지 않나. 그런 이유로 책을 쓰면서 좋지 않은 시선이 쏠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럼에도 도움을 드릴 내용이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건 나도 해볼까?’ ‘이런 것 때문에 아이랑 관계가 틀어졌구나’ 등의 팁을 얻어가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라디오 PD는 시간 여유가 많은 편인가

이재익: “김훈종 PD는 교양 TV PD 출신으로 TV를 경험하고 라디오로 넘어왔는데, TV와 라디오는 완전히 다르다. 라디오는 맡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방송 외 시간은 안정성을 갖고 있다. 오전이냐, 오후냐, 밤이냐, 방송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방송이 끝나면 개인 약속이 없는 이상 여유로운 편이다.”

김훈종: “우리는 골프도 안 치고 게임도 안 한다. 아이 독서 교육에 시간을 많이 들일 수 있는 이유이다.”

이재익 PD 

- 어릴 적부터 책을 즐겨 읽었나.

이재익: “그렇다. 책에 관해서는 무한에 가까운 지원을 받았다. 아버지가 책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아이들은 ‘도대체 아빠는 무슨 책을 읽을까’하는 호기심이 있지 않나. 그 당시로서는 해석이 불가능한 책일지라도 따라 읽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가 읽던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자랐다. 마음 저변에는 아버지를 넘어서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던 것도, 인터넷이 있던 것도 아닌 시기에 경북 울진 바닷가 마을에서 책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김훈종: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 읽고 싶은 만큼 살 수 없어 엄청 빌려봤다. 그때는 공공도서관이 지금처럼 잘 돼 있지 않아 옆집, 아랫집, 친구, 형들 책을 되는대로 빌려봤다. 정말 독서 결핍을 많이 느낀 시기였다. 그게 한이 돼서 지금은 아이들이 읽고 싶다는 책은 한 줄 읽고 버리는 한이 있어서 무조건 다 사줬다.”

- 아이가 각각 영재원 출신에 과학고에 재학 중이다. 독서와 글쓰기 교육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나.

이재익: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영재원과 과학고 설립 취지가 이공계열에 특출한 학생을 뽑아 양성하겠다는 것이지만 과학 문제를 풀어 성적을 매기는 과정은 전부 글과 말로 이뤄진다. 결국 읽고 쓰는 능력은 모든 과목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문해력 독서법’이라고 하면 문학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아니다. 이과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수능 문제는 복합적이다. 수학 문제도 지문이 길면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문해력은 과목에 구애받지 않는다.”

김훈종 PD

- 문해력 독서법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김훈종: “독서에 여러 층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삼국지』를 읽고 등장인물이 누구누구인데 누가 무력이 높았고, 누가 형주와 육주를 차지한다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나열해서 읽는 건 문해력 독서가 아니다. 어디 가서 『삼국지』 읽었다고 자랑할 수준으로 읽는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관계의 정수를 느끼는 게 문해력 독서법이다. ‘삼국지 몇 번 이상 읽은 사람과 상종하지 말라’는 격언은 그런 문해력 독서의 효과를 말하는 거다. 책에서 단순 내용이 아닌 본질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게 문해력 독서법이다. 행간의 콘텍스트(맥락)를 읽어내는 게 목표이다. 그렇게 아이를 교육했더니 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수학 과목에서도 독서 경험이 빛을 발했다.

- 지금껏 아이에게 책을 권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무엇인가.

이재익: ”놀러 간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아빠랑 놀러 갔다가 책을 보는 거다. 책을 보러 서점에 가고 도서관에 가는 게 아니라 놀러 갔다가 책을 보러 가는 거다. 책을 접하는 경험이 즐거워야 한다. 멀티플렉스 쇼핑몰에 가서 먹고 놀다가도 꼭 서점에 들린다. 아이가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가도 보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자꾸 서점에 가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면 놀다가 덤으로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책을 보기 위해 가는 행위로 발전한다. 이때 아이들이 보는 책은 대개의 부모가 흐뭇해할 만한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볼 책을 부모가 정해주면 절대 안 된다. 그냥 무한정으로 지원해주는 게 최선이다. 비용이 부담되면 공공도서관 가면 된다. 책을 접하는 게 즐거워야지 목적성을 띠면 안 된다. 그게 전부다. 이후의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김훈종: “공공도서관을 추천하고 싶다. 요즘 공공도서관이 정말 잘 돼 있다. 월급쟁이인 내 세금이 이런 데 쓰인다는 게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가서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 아이랑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라면 먹으면서 공공도서관을 재밌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 책을 볼 때는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먼저 보여라. 아이가 옆에서 잡지 보고 그림책 보고 하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면 대여하겠다고 한다. 보통 승부욕이 있는 아이들은 대여기한인 2주 이내에 책을 읽어낸다. 집에서도 웬만하면 거실에 TV를 치우고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은 가르침이 된다.”

- 그런 환경이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는 데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외에 더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 같다.

이재익: “퇴근하고 밤 12시, 1시까지 아이와 함께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봤다. 집에 6인용 식탁이 있는데, 내가 오른쪽 귀퉁이, 아이가 왼쪽 귀퉁이에 앉아서 각자 책보고 공부한다. 지금껏 아이가 혼자만의 공간을 요구하거나 불만을 표한 적이 없다. 다만 고2가 되면서 요즘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다. 말수도 줄어 5시간 같이 있으면 한마디 할까 말까 한다.”

김훈종: “만화책 단계에서 글자책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부모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강권하지 말고 넛지(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서 내가 먼저 읽는다. 아이가 와서 ‘아빠 뭐 읽느냐’고 물어보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최대한 재미있게 설명한다. 그럼 본인이 슬슬 읽어나간다. 함께 TV를 보다가 책 관련 내용이 나오면 관심이 꺼지기 전에 빛의 속도로 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유도를 많이 했다.”

- 아무리 방법이 좋아도 좋은 관계가 기반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듯하다.

이재익: “맞다. 잘못했다 싶을 때는 민망하고 열받고 끓어오르는 마음을 다잡고 빨리 풀어야 한다. 부모·자식 간에, 더욱이 자녀가 미성년자라면 부모가 먼저 풀어야 한다. 아무리 괘씸해도 어쩌겠나. 부모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지. 물론 그러고 싶지 않을 때가 많지만...”

김훈종: “아이와의 교감이 아주 중요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교감이란 게 결국 놀이이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근데 따지고 보면 즐길 엔터테인먼트가 많은 상황에서 아이가 책을 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힘든 일이다. 함께 놀고 즐기며 충분한 교감이 됐을 때 위의 팁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말 자고 싶은 거, 쉬고 싶은 거 참아가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놀아줬다. 물론 물리적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감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가능한 선에서 책에 소개한 사소한 에피소드 한두 개 정도는 적용해보셨으면 좋겠다.”

- 아이의 독서 편식을 금하지 말고 오히려 그에 관한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라고도 했다. 또 한자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훈종: “한자는 초등학교 때 유일하게 받았던 사교육이다. 일 년 남짓 다녔는데 학업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한자를 알면 단어의 뜻을 따로 외우지 않아도 된다. 일례로 관개(灌漑: 논밭에 물을 댐)라고 하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등비(等比)는 같은 비율, 등차(等差)는 같은 차이만큼 가는 거고... 한자 학습은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굉장히 실용적인 팁이다. 한자를 몰라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지만, 한자를 알면 좀 더 빨리 잘할 수 있다. 지름길 같은 거다.”

- 현재 두 저자와 아이들의 독서 생활을 소개한다면. 어떤 책을 어떤 방식으로 골라 어떻게 소비하고 있나.

이재익: “90% 이상은 웹소설이다. 한 달에 종이책 한두권은 읽는데 그래도 90% 이상이 웹소설이다. 종이책은 주로 비문학을 읽는데 지금은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CEO가 쓴 『디즈니만이 하는 것』(쌤앤파커스)을 읽고 있다. 사실 현재 아이 독서 시간은 0이다. 중학교 3학년까지는 하루에 2시간가량 독서 시간이 있었지만, 고2 들어서는 사실상 읽기가 쉽지 않다.”

김훈종: “학교에 제출해야 할 독서록 도서를 함께 읽는다. 어릴 적 읽었던 책은 거의 문학이나 위인전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아이와 함께 과학책을 읽는다. 정말 너무 재밌다.”

이재익: “100% 공감한다. 나도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아마 이 친구도 2년 뒤에는 (웃음)...”

- 책을 함께 읽으면 대화 접점이 생겨 말을 나누기 좋을 것 같다.

김훈종: “(격하게 공감하며) 맞다. 사실 대화하기 위해 읽는 거다. 같이 읽으면 얘깃거리가 나오니까.”

이재익: “인공지능 관련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건 아이가 아니라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과학고 합격발표가 한 해 전에 나오는데, 그해 겨울방학에 필독서가 잔뜩 나온다. 그때 정말 많이 읽었다. 같이 읽으니 자연스럽게 나눌 이야기도 많아지더라. 하지만 지금은...”

김훈종: “이 책을 영유아, 초등생을 둔 부모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쓰임이 가장 큰 책이다. 사실 독서도 그때 가장 많이 한다. 중고등학교 올라오면 과제가 많아 읽기가 쉽지 않다.”

- 아이에게 책을 권하면서 부모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김훈종: “책을 강권하지 마라. 아이가 좋다는 책을 사주고 권하고 싶다면 본인이 먼저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데 마지노선이다, 그 이상 가면 안 된다.”

이재익: “100% 공감한다. 아이가 다 다르잖나. 서울대가 선정한 100대 권장도서를 반드시 읽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추천한 책도 안 읽어도 된다. 아이가 호기심 느끼는 책이 첫 번째이다.”

김훈종: “비선형 읽기와 동영상이 범람하기 때문에 활자는 뭐가 됐든 장려한다. 무협지나 하이틴 로맨스도 괜찮다. 종이책 읽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유혹이 너무 많은 세대이기에 활자는 뭐든 장려해줘야 한다. 마음에 안 들어도 아이가 원하는 책은 시리즈를 다 사주시면 좋다. 그럼 문해력 독서로 가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 과도한 사교육에 관한 우려도 전했다.

이재익: “지금 교육시스템은 정말 많이 잘못돼 있다. 책에서도 온갖 수사와 통계를 끌어와 지적했지만 그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자본주의적 계급의 고착화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내가 30~40년 전 강남 키즈 1세대였는데 당시 이런 끔찍한 그림은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 현재 자녀들도 사교육을 받고 있지 않나.

이재익: “사교육은 정의롭지 않지만 최소한 공정성은 가지고 있다. 공짜로 수업을 훔치거나 불법적으로 현직 교수에게 과외를 받거나 이런 건 아니니까. 다만 정의롭지 않지만 공정한 사교육이 더는 공정하지 않은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 참 어려운 문제이다. 이런 문제점을 함께 인식했으면 좋겠다.”

김훈종: “나 역시 사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한 번도 먼저 권해본 적이 없다. 아이가 하겠다고 하는 것만 시켰다. 다니고 싶다고 하면 한 달 다녀보고 결정하라고 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걸 사주는 게 낫다.”

이재익: “나도 항상 아이에게 물어본다. 2~3번 정도 간 후에 ‘이상해? 힘들어? 계속 다닐 거야?’라고 묻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둔다. 항상 아이의 자발성을 확인한다. 자발성이 없어도 초등학교 5, 6학년까지는 밀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정도가 되면 다 무너진다.”

- 독서와 글쓰기 능력이 인생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줬나. 

이재익: “어느 순간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면 사람들이 내 실제 모습보다 훨씬 멋있게 본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강한 열정이 생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게 된다. 그런 능력은 학습 능력도 되지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힘도 된다. ‘고운 사람은 미운 데가 없고 미운 사람은 고운 데가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 잘 쓰고 잘 말하면 실제보다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김훈종: “칼 세이건이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했기에 그 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자기 성취를 배가시킬 수 있는 건 표현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해력 독서가 바탕이 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재익 PD와 10년째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라디오에서도 작가분이 원고를 쓰긴 하지만 그걸 가지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말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생업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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