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히브리 문학의 거장 아모스 오즈의 마지막 소설 『유다』
[책 속 명문장] 히브리 문학의 거장 아모스 오즈의 마지막 소설 『유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2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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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박해받던 사람이, 자기 손으로 다른 모든 사람을 박해자로 만들었든 간에, 아니면 자기만의 끔찍한 상상력으로 음모를 꾸미는 적들이 떼를 지어 밀려온다고 믿었든 간에, 그렇게 쫓기는 사람이 되면 자신이 개인적으로 불행을 겪는 것 외에도 그에게는 일종의 윤리적 결함이 생긴다네. 쫓고 쫓기는 과정 자체에 결부된 기본적인 부정직함이 존재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원래 고통이나 외로움, 각종 사고나 질병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쉽게 찾아오곤 하지-우리 모두에게. 본성상 의심이 많은 자에게는 재난이 찾아오는 법이야. 의심은 산酸과 같아서,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을 파괴하고 의심하는 자를 잡아먹는다네. 밤낮으로 주위 모든 사람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해야 하고, 그들의 음모에 휘말리지 않고 계책을 물리칠 방법을 고안해야 하며, 자기 발 앞에 누가 그물이라도 던져 놓았는지 멀리서부터 냄새를 맡고 알아챌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하니 말일세.”<35~36쪽>

“당신 전에 살던 사람들은 아마 자기 자신을 찾고 있었나 봐요. 그들이 뭘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여기서 몇 개월 이상은 버티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휴식 시간 내내 저 다락방에서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는 부담이 되었나 봐요. 당신도 물론 여기 혼자 지내면서 당신 자신을 찾으려고 왔겠죠. 아니면 새로운 시라도 한 편 쓰려고 왔을 수도 있고요. 살인과 고문 같은 것들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세상이 이미 제정신을 차려 고통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이제 드디어 새로운 시 한 편이 나타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52쪽>

“이런 모든 종교는, 지난 세기에 태어난 수많은 종교 중에서 오늘까지도 많은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는데, 모두 우리를 구원하러 와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피를 쏟게 만드는 것이라네. 나로 말하자면 나는 세상의 회복을 믿지 않네. 글쎄. 그러니까 나는 어떤 형태로든 세상의 회복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일세. 내가 보기에 이 세상이 그 자체로 매우 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건 분명히 아니지, 이 세상은 비뚤어졌고 암울하며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회복시키겠다고 나타난 자들이 순식간에 피의 강에 빠져들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일세. 오시게, 이제 함께 차나 한잔 마시고, 자네가 오늘 내게 가져왔던 말도 안 되는 글들은 한쪽으로 밀어 놓게. 언젠가 이 세상에서 모든 종교와 모든 혁명이 사라지기만 한다면, 내가 장담하건대-마지막 하나까지, 예외 없이-이 세상에 전쟁들이 훨씬 적게 일어날 걸세. 사람이란, 이마누엘 칸트가 쓴 적이 있는데, 결국 본성상 비뚤어지고 닳아빠진 그루터기일 뿐이라고 했지. 우리가 목까지 피에 잠겨 건널 생각이 아니라면 그를 대패질할 생각도 말아야겠지.”<104쪽>

『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펴냄 | 548쪽 |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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