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가 갑자기 줄어든 까닭은...
인간의 뇌가 갑자기 줄어든 까닭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1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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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몸체 대비 크기는 일반 포유류의 6배에 달한다. 이렇게 뇌가 큰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다. 우선 생태학적 지능 가설. 척박한 환경에서 먹이를 찾고 가공하는 일이 뇌 크기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자원채취를 위한 협동, 연합 등이 뇌를 키웠다는 사회적 지능 가설도 있다. 문화적 지식을 배우거나 가르치는 행위를 뇌 확장의 원인으로 얘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도전보다는 생태학적 도전이 뇌 크기를 늘렸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나온 책 『뇌는 작아지고 싶어한다』(알에이치코리아)는 새로운 얘기를 꺼낸다. 저자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실험심리학과 교수이자 대학 인지발달연구소장인 브루스 후드이다. 후드는 과학적 지식을 쉽게 전하는 활동을 했던 ‘대중 과학자’로 『초감각』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을 펴낸 바 있다.

후드는 생태학적 지능 가설론자에 가깝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당초 수렵과 채집활동으로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커지는 쪽으로 움직였다. 동물의 중추신경을 담당하는 뇌는 다양한 신호체계를 담는 그릇인데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익히기 위해서는 큰 뇌가 필요하다. 생존하면서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려면 자신의 상태와 위치, 주변 사물과 지형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이를 이용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다른 포유류보다 생존에 불리해진 인간이 큰 뇌를 가지게 된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그는 2만년 전쯤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뇌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논거는 선사시대 인류 화석과 현생인류의 뇌 크기 비교. 줄어든 크기는 15% 정도로 대략 테니스공 하나에 해당한다.

왜 줄어들었을까. 그는 사회적 길들이기 혹은 인간의 집단생활화를 원인으로 든다. 인류의 유전자는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할 때보다 뇌를 천천히 발전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무리를 이루면서 다른 개체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보다는 냉철함과 침착함이 요구됐다. 이 과정을 지나면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었다. 테스토스테론은 단백질 합성 과정을 도와 근육과 기관을 크고 튼튼하게 만들며 몸집은 물론 뇌까지 키우는 역할을 한다.

정착 사회에서는 내부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사회의 평판이 중요해졌다. 무리에서 배척되지 않도록 어린이 때부터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인간의 유년기는 다른 개체보다 긴 편인데 이는 윗세대로부터 지식을 전승받기 위한 기간일 뿐 아니라 길들여지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세계가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어떤 변화를 맞을까. 저자는 즉답을 피한다. 다만 그는 “분명한 것은 우리가 본성이라고 믿는 것들은 거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우리는 달라진 시대에 맞춰 다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가 세계를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인구 증가, 식량 부족, 산림 파괴, 전염병 그리고 기후 변화까지 우리에게 닥친 많은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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