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도 몰랐던 나만의 달을 발견하길 『달의 방』
[리뷰] 나도 몰랐던 나만의 달을 발견하길 『달의 방』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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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고등학교 3년은 그냥 고3”이라고 생각했던 재아(책 121쪽)의 말처럼 학창시절은 그저 입시를 위한 시간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몸도 마음도 변해서 혼란스러운데 세상이 강요하는 입시의 무게까지 온전히 떠안으니 저마다 피신처 하나만큼은 남겨놓기 마련이다. 음악이나 춤, 게임 등으로 세상이 주는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모든 사춘기를 어른들이 ‘으레 그렇듯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통틀어버리기에는 한 사람(또는 한 아이)의 그 간질간질한 마음을 놓치기 쉽다. 최양선 작가의 소설집 『달의 방』은 마치 우리가 무심코 외면했던 청소년들의 마음을 가만히 그리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최 작가는 2009년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로 제1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2011년에는 『지도에 없는 마을』로 제16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책은 주인공들이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어려움을 마주하는 상황과 대응하는 방식을 그린다. 주인공들은 다들 마음 한 켠에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시정지」의 다연이에게는 은따(은근히 따돌림)의 아픔이, 「붉은조끼」의 남주에게는 엄마의 사라짐이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다. 집에 마땅한 먹을 자리가 없어 서서 라면을 먹는 정은이(「달의 방」)도, 고3인 자신이 제주도 여행을 와있어도 되는 건지 헷갈리는 재아(「바람에 닿다」)도 마찬가지다. 성추행을 당한 우주는 월경이 중단되기도 한다.(「달이 없는 우주」) 이들이 일상에서 시간의 멈춤을 경험하기도 하며 몸에 이상징후가 생기는 이유는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어하는 몸의 반응 때문인걸까.

사라짐을 원하는 이 청소년들에게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바람, 개기월식 같은 것들은 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민다. 자신과 외모며 성격이며 모든 게 정반대라고 여겨지는 해리에게 연정을 느끼는 다연이는 창가에서 불어드는 바람에 의해 자신이 조금더 솔직해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아직까지 자기 방이 없고 집주인이 전세값을 올려서 엄마와 함께 새 집을 찾아다녀야 하는 정은이에게 개기월식은 새로 보게 된 방을 옥탑방이 아닌 달의 방으로 보게 한다.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손을 맞잡는 모습도 보인다. 미술 학원에서 다른 아이가 자신과 같은 피해를 겪는 것을 막기 위해 우주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영진이에게 손을 내밀고, 재아는 펜션 주인의 딸 나오와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상처와 불안을 어루만진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이 찾지 못했던 달의 뒷면 같은 것들을 서로에 의해 발견하게 되면서 불안을 극복하고 있다.

『달의 방』
최양선 지음 | 사계절 펴냄 | 140쪽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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