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불가의 가르침 중에 ‘두 번째 화살에 상처받지 말라’는 말이 있다. 부지불식간에 기습적으로 자행되는 상처의 언어(첫 번째 화살)는 피할 길이 없지만, 그 화살에서 파생되는 두 번째 화살을 맞고 안 맞고는 본인의 결정에 달렸다는 말이다. ‘참새가 우리 주위를 맴도는 건 어찌할 수 없지만, 내 머리에 앉는 걸 허락할지는 내 선택이다’라는 어느 기독교 성인의 말처럼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대인관계 분야에서 권위자로 손꼽히는 미즈시마 히로코 교수(게이오 대학)는 책 『사람에게서 편안해지는 심리학』(좋은날들)을 통해 마음 컨트롤법을 소개한다.
마음 관리에서 중요한 건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미즈시마 히로코 교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진짜 이유는 ‘컨트롤할 수 없다는 느낌’ 때문”이라며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관계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컨트롤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은 다양하다. 누군가 함부로 내 영역을 침범해올 때, 과도하게 의존해올 때,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 콤플렉스를 자극할 때, (악취 등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위협할 때 등...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저자는 ‘스루’(through, 흘려버리기)를 권한다. 스루는 말 그대로 상황을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태도를 말한다. ‘상대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이른바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하지 않으며 마음을 지키는 것인데, 그렇다고 상황을 회피하고 방치하라는 건 아니다. 저자는 “일단 흘려버리고 난 후에 작전을 짜라”고 조언한다. “애당초 인간은 타인을 바꿀 수 없”으며 “사람은 바뀔 준비가 되었을 때 바뀌”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건 상대를 내 영역에, 나를 상대 영역에 들이지 않는 태도다. 상대가 내 영역을 침범하는 말을 했다고 해서 역으로 내가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는 말로 응수하면 별 소득 없이 관계만 악화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의사를 표현하는 현명한 언어 선택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상대가 나를 “너는 ~ 하지?”라고 단정했을 때 “네가 뭘 안다고 아는 척이야?”라고 반격하지 말고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대답하면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저자는 “상대의 참견을 영역 침범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편 의식은 생기지 않는다”며 “모든 일을 상대방 영역 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간주하면, 이쪽은 당사자가 아닌 게 되어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상대가 아닌 자신의 인식 전환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상대의 싫은 점이 때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누군가의 참견하는 성격이 평소에 귀찮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그 성격을 내가 필요한 적시에 적확하게 사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상대의 단점을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그 순간 그 사람을, 그런 상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바뀐다면 이전의 불편은 더 이상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원인으로 가장 흔한 게 컨트롤 할 수 없다는 느낌의 영향”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될 거니까‘라는 생각에 기반한) 컨트롤 감각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인생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