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 그 책] 박완서 작가의 ‘실재’를 담은 소설
[이 작가 그 책] 박완서 작가의 ‘실재’를 담은 소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3.14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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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 [사진=연합뉴스]
박완서 작가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올해는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이다. 80년(1931~2011)의 삶을 살다가 담낭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문학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마음에 살아남아 감동을 자아낸다. 동시대 사람에게는 향수를, 후대에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늘 새롭다.

박완서 작가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박 작가를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이다. ‘소설=허구’라는 등치를 완전히 배치하는 논픽션 소설이기 때문이다. 해당 소설은 저자가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보았다”고 밝힌 ‘자전적 이야기’이다. 작가는 성장소설을 써보라는 웅진출판의 권유에 “인물이나 줄거리를 새롭게 창조할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자서전 비슷한 거려니 하고 쉽게 써보자는 배짱”으로 시작했지만 “뼛속의 진까지 다 빼주다시피 힘들게 쓴” 작품(1992년 첫출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설은 작가의 출생부터 20살까지의 성장 과정을 소개한다. 교육열 높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논과 밭이 넓게 펼쳐진 고향 개풍군(현 황해북도)에서 판잣집이 다닥다닥한 서울 달동네로 이사한 소녀가 겪는 문화적 충격을 저자 특유의 이야기꾼적인 문체로 서술한다. 일제강점기 국민(초등)학교 시절의 기억, 창씨개명의 경험, 서울대 입학, 6·25까지 격변기를 보낸 작가의 유년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박 작가가 글쓰기를 시작한 건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다. 6·25전쟁으로 오빠를 잃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들어간 미군 부대에서 박수근 화백(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을 만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영문과’(실제로는 국문과 재학)라고 속였지만 어눌한 영어 실력 때문인지 사람 대할 일이 적은 PX 초상화부에 배치되면서 박 화백을 만났고, 그런 인연을 계기로 훗날 그의 전기 집필을 시도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과거 박 작가는 박 화백의 전기를 쓰기 위해 처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평가에 보탬이 되고 (싶다)”(박 작가의 소설 『나목』 中)는 생각에 박 화백의 전기 집필을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논픽션보다 픽션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기가 아닌 소설을 탄생시킨다. 그게 바로 1970년 <여성동아> 등단작인 『나목』이다. 습작 한번 없이 쓴 첫 장편소설이 당선된 데 대해 작가는 “습작 안 해도 책 많이 읽으면 돼요”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작가는 비록 등단은 늦었지만, 누구보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였다. 그가 생전에 펴낸 작품은 장편 15편, 단편 100편, 산문 15편, 동화 8편에 달한다. 그중 마지막 장편 소설인 『그 남자네 집』(2004)은 작가가 50여년을 꽁꽁 싸매두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조심스레 펼쳐 보인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서울 돈암동 후배 집에 놀러 간 ‘나’는 한국전쟁 막바지, 돈암동 안감천변에 살던 첫사랑을 떠올린다. 미군 부대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당시의 ‘나’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이자 상이군인, 그리고 외가 쪽 먼 친척인 한 살 어린 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다만 대개의 첫사랑이 그렇듯 소설 속 ‘나’는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뒤로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는데, 이후 “이 세상 어딘가에서 한 남자(첫사랑)가 나 때문에 앓고 있다”는 소식에 그를 다시 만나 “행복한 밀회”에 나서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극적 결말을 맺고 만다. 해당 소설은 유일하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은 작품으로 이를 통해 작가는 본인의 아픔이 치유되었음을 드러내는 특징을 지닌다.

박 작가가 쓴 작품이 아닌, 박 작가를 소재로 한 글을 읽고 싶다면 그의 맏딸인 호원숙 수필가가 펴낸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세미콜론)을 추천한다. 박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아 지난 1월에 출간된 에세이로 박 작가의 부엌을 소재로 한 밥내음 가득한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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