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참정권과 모성론을 둘러싼 일본 여성들의 치열한 논쟁 『근대 일본 여성 분투기』
[리뷰] 참정권과 모성론을 둘러싼 일본 여성들의 치열한 논쟁 『근대 일본 여성 분투기』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1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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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일본사에서 잊히기 쉬웠던 여성을 재조명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점차 사회에 진출했던 시대인 ‘근대’를 다뤘다. 일본의 개항(1853년)과 메이지 유신(1868년)이라는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일본 여성들이 사회에 대해 무엇을 문제 삼고, 요구했는지 메이지·다이쇼·쇼와 등 각 시대마다 특정한 사건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책은 먼저 여성 운동가 ‘쓰다 우메코’와 그가 설립한 교육 기관 ‘쓰다주쿠’에 초점을 맞춘다. 1899년 일본의 문부대신 가바야마 스케노리는 고등여학교령 공포를 하면서 “고등여학교 교육은 그 생도가 훗날 중인 이상의 집에 시집가서 현모양처가 되도록 소양을 갖추게 하는”데 있다고 발언했듯,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는 ‘현모(賢母)’ 양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본이 근대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국가의 인재양성 차원의 가정 교육 전담자로서 여성의 할 일을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유학길에 오른 쓰다 우메코에게도 결혼의 압력이 전해졌다. 하지만 우메코에게는 미혼으로 남더라도 사랑 없는 결혼이라는 일본의 전통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우메코는 일본 여성들에게 각성의 목소리를 냈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모성의 보호’를 둘러싸고 벌어진 치열한 논쟁은 이 책이 다이쇼 시대 이후 여성 운동사를 말하는 특징이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라는 화두는 여성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점차 제공되면서 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증가한 맥락에서 여성의 생활권 보장의 움직이었다면, 모성의 보호는 여성의 신체권 보장과 육아의 문제 등 여성의 몸과 관련한 이슈를 다뤘다.

책은 요사노 아키코, 히라쓰카 라이초, 아마카와 기쿠에, 하니 모토코 등 근대 일본 여성운동의 주요 논객들을 등장시켜 논쟁을 벌이게 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제3의 성이라고 규정했던 히라쓰카 라이초가 이후 여성참정권과 비슷한 운동을 전개하는 모습 등 여성 운동사에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책에서 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패전 이후 평화를 위한 운동에 뛰어드는 여성 운동계가 그려진다. 여성 참정권에 관한 논의는 혼란을 피하지 못했다. 파시즘 정권 아래 일부 여성 운동가들의 부역이 있었으며, 실제 참정권이 주어졌어도 일본 사회의 냉소와 여성들마저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등 망설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모성이 패전 이후 일본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양상은 다이쇼 시대의 그것과는 달랐다.

이러한 흐름에서 저자는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모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들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논의하며 “모성이 언제든 신성화되고 희생을 강요당하기 쉬운 만큼 이에 대한 반성과 경계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대 일본 여성 분투기』
이은경 지음 | 한울아카데미 펴냄 | 416쪽 | 4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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