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들의 비밀... 잘난 아빠들의 잘난 아들 자랑
책 읽는 아이들의 비밀... 잘난 아빠들의 잘난 아들 자랑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3.09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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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 책 제목을 보고 뜨악했다. 내용을 들여다 보기에 앞서 ‘서울대 출신’을 앞세운 출판사의 장삿속이란 느낌부터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제 책 표지에는 ‘상위 1% 아이’‘영재원 출신’‘과학고’ 등 화려한 수사가 가득하다. ‘잘난 아빠의 잘난 아들 자랑’인가라는 생각이 들 즈음 ‘인세 50%를 아름다운재단 교육영역기금에 기부한다’는 작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선입견을 내려놓고 책장을 펼쳤다.

사실 많은 이들에게 책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존재이다. 곁에 두고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 많은 이가 호감을 품고 다가가지만, 책과의 데이트라 할 수 있는 독서로 소통의 기쁨을 나누는 건 (극)소수다. 다소 높은 진입장벽을 넘는 과정에서 대다수는 지쳐 포기하기 일쑤이다. 인내심 강한 일부가 책에 마음을 붙이는 데 성공하지만 그 즐거움의 비결을 전수하는 건 난제 중의 난제다. 그 대상이 자녀라 할지라도.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꽤나 흥미롭다. SBS 라디오 PD인 이재익, 김훈종씨가 공동 저자이다. 두 저자는 각각 ‘컬투쇼’ ‘시사특공대’와 ‘최화정의 파워타임’ ‘허지웅쇼’ 등을 연출했다. 동시에 각각 과학고에 다니는 고등학생, 영재원 출신의 중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책은 이들이 자녀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게 한 비법을 소개한다.

저자들이 밝힌 독서 교육의 기본은 아이와의 유대관계다. 아빠가 불편한 존재라면 아이와 대화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책을 권해도 수용될 가능성이 낮다. “와 씨발 존나 춥네”라는 아이의 말에 이 PD가 “존나 춥지?”라고 화답하며 ‘말이 통하는 아빠’란 이미지를 굳히는 것도, 김 PD의 집에 보드게임방보다 많은 보드게임이 자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외에도 두 저자는 아이의 관심사에 속한 책을 두고 “나는 읽기 어려워 포기한다. 너 읽으려면 읽어봐”라며 경쟁심리를 자극하거나,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며 동네 도서관으로 유인하기도 하고, 책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며 독서를 유도하는 각종 전술 전략을 구사한다.

저자들이 뒤이어 강조하는 것은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독서에 반감만 생길 뿐이다. 일단 독서의 재미를 맛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저자들은 통념에 어긋나는 지침을 허용한다. 글을 접하는 횟수를 늘릴 수 있다면 ‘더 좋은 글’을 강권하기보다 ‘덜 좋은 글’ 보기를 허용하고, 장르 편식도 문제 삼지 않는다. 저자는 아이가 (과학고 진학을 앞두고) 새벽까지 (웹)소설 읽기에 몰두해도 오히려 무제한 구매권을 지원했다. 그 결과 아이가 웹소설 한 회(약 5,000자) 읽는 시간은 10분에서 수분으로 단축됐다. 참고로 이 PD는 따로 속독법을 배운 적이 없지만 다독을 통해 “눈으로 툭툭 사진을 찍듯이 책을 읽는다”고 했다.

한자 능력 역시 두 저자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어를 이해하는 게 문장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 저자는 학창 시절 친구들이 ‘관개(灌漑) 시설’의 뜻을 ‘많은 수확을 위해 논이나 밭에 물을 대는 시설’이라고 외울 때 한자 능력을 바탕으로 더 쉽게 더 많은 내용을 머릿속에 담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자 능력의 효용을 강조한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저자들이 강조하는 건 문해력과 둔감력이다. 현대 사회에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할 줄 아는 문해력, 다시 말해 글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드물다. 문해력이 곧 경쟁력이란 얘기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기를 수 있고 그건 비단 학업능력을 떠나 일상 곳곳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둔감력은 『실락원』으로 유명한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가 주장한 개념으로 사소한 일에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대범함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의지력을 뜻한다. 독서를 통해 둔감력을 키우면 학업에서나 삶에서 외부의 부정적 영향에 견디는 힘이 강해진다는 것. 저자는 2017년 ‘역대급 불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이영래 군이 “공부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을 주로 읽었다”고 했던 인터뷰를 예로 들며 “이영래 군은 다른 학생보다 강한 둔감력을 갖고 있었기에, 만점이라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두 저자는 “영상의 시대에 독서와 글쓰기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천만의 말씀”이라며 “독서와 글쓰기는 어지러운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도, 말로는 부족한 소통의 틈을 메우는 데도, 자기 자신도 몰랐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도 꼭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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